(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여류 피아니스트'라는 불필요한 수식어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등장과 함께 드디어 폐기되었다."(음악평론가 강현)
마르타 아르헤리치(77)는 불꽃 같은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덕스러운 성격 탓에 악명도 높다.
예민하고 완벽주의적인 성격 탓에 공연을 취소하는 일이 잦고 언론과의 접촉도 극도로 피한다.
신간 '마르타 아르헤리치'(현암사 출간)는 클래식 음악의 변방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신동 시절부터 유럽으로 이주해 부소니·제네바·쇼팽 콩쿠르 등을 평정하고 국제적 명성을 얻는 과정, 세 남자와의 만남에서 세 아이를 낳은 한 여성으로서의 삶까지를 망라한 그에 대한 최초의 전기다.
클래식 음악 전문 기자인 저자는 해박한 배경 지식과 자료 조사,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야성적인 거장의 초상화를 그려낸다.
'여성스러움'과는 반대되는 강력하고 개성 넘치는 해석에 음악계는 열광했지만 정작 아르헤리치 본인은 예민하고 연약한 감성의 소유자라는 점이 흥미롭다.
아르헤리치가 무대 공포증에 시달리는 장면, 홀로 무대에 서는 독주는 너무 외롭다며 1982년 이래 독주회를 열지 않았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녀는 아이였기에 지나치게 감상적인 노스탤지어나 치기 어린 허영, 발목을 잡는 소유욕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자신의 위상을 다지고 후세에 남길 이름을 준비하는 여느 예술가들과 달리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죽는 날까지 자신의 유일한 신조에 충실할 것이다. "살아가고, 살게 하라." (320쪽)
올리비에 벨라미 지음. 336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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