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M&A로 사들인 자신 모두 팔아치우는 중"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문어발식 기업 인수의 후유증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국 HNA(하이항·海航) 그룹이 1조5천억 원에 달하는 힐튼호텔 지분마저 팔아치운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HNA 그룹은 2015년부터 공격적인 해외 인수·합병(M&A)에 나서 지난 3년간 은행, 부동산, 호텔, 영화사 등 무려 400억 달러(약 43조원) 어치의 자산을 사들였다.
2016년에는 미국의 사모펀드 블랙스톤으로부터 세계적인 호텔 체인 '힐튼호텔 월드와이드'의 지분 25%를 65억 달러(약 7조원)에 사들였다.
같은 해 힐튼호텔 월드와이드는 '파크 호텔&리조트', '힐튼 그랜드 버케이션', '힐튼 월드와이드' 등 세 개의 회사로 쪼개졌고, HNA는 각 회사의 지분 25%씩을 보유하게 됐다.
HNA가 이번에 매각하려는 지분은 파크 호텔&리조트의 지분 25%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56억 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매각 지분의 시장가치는 14억 달러(약 1조5천억원)가량으로 평가된다.
파크 호텔&리조트는 힐튼 뉴욕 미드타운, 월도프 아스토리아 플로리다 등 전 세계에 55개의 고급 호텔과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지방 항공사로 출발한 HNA는 도이체방크 등 해외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해 사세를 키웠으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고위층 유착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지난해부터 중국 당국의 감시망에 올랐다.
중국 당국이 은행 대출 등 돈줄을 죄자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전 세계에 보유한 자산을 서둘러 매각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홍콩의 부지 2곳을 20억 달러(약 2조2천억원)에 매각하고, 호주 시드니 빌딩도 2억 달러에 팔아치웠다.
이러한 자산 매각에도 총 1조 위안(약 170조 원)에 달하는 부채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아, 최근에는 글로벌 고용 인력의 25%에 해당하는 10만 명 직원의 해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