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20 BPM'은 작품상 등 6관왕 올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프랑스의 오스카상'인 세자르 영화제에서도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Too) 바람이 일었다.
2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열린 세자르상 시상식에 다수의 참가자들이 이날 흰색 리본을 달고 나와 성폭력 반대 운동에 연대를 표명했다.
이번 시상식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의 물결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열려 개최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연인이자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로 이번에 유일하게 작품상 후보에 오른 공포영화의 여배우 줄리 가예트는 "리본은 우리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예트는 '프랑스판 하비 와인스틴'을 찾으려는 언론으로 인해 업계가 마비상태이나 이런 문제만으로는 "불평등한 권력 관계"라는 성폭력 문제의 근원이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쥘리에트 비노슈 등 유명 배우들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공개서한을 보내 여성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에 대한 정부 보조금 할당을 촉구했다.
소피 마르소는 "이렇게 여성들이 힘을 합쳐 '멈춰라'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의 전처로 널리 알려진 배우 겸 가수 바네사 파라디는 소셜미디어에서 '이제 행동하자'(#MaintenantOnAgit)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프랑수아 니센 문화부 장관도 "여성 감독이 훨씬 적고, 이들이 눈에 띄지 않으며 후원받지 못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며 영화계 현실을 비판했다.
지난해 프랑스 정부 보조를 받은 장편 영화 중 여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의 5편 중 1편 비율이라고 니센 장관은 전했다.
이번 시상식에선 프랑스 영화 '120 BPM'(원제 120 Battements par Minute)이 작품상을 포함해 6개 부문에서 수상, 최다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로뱅 캉피요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하 에이즈)이 기승을 부린 1980~199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에이즈 운동단체 '액트 업'(ACT UP)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감독상은 제1차 세계 대전때의 두 전사간 우정을 그린 장편소설 '오르부아르'(Au Revoir la-haute)를 영화화한 알베르 듀퐁텔 감독에게 돌아갔다.
영화 '바바라'(Barbara)에 출연한 잔느 발리바와 '블러디 밀크'(원제 Petit Paysan)의 스완 아르라우드가 각각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앞서 지난 1월 7일 미국에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배우들이 검은색 의상을 입고 나와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4일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미투 물결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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