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텀파크 추락사고 포스코건설 엘시티서 또 인명사고…전문가 "독립감리제 도입해야"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전국에서 가장 많은 초고층 건물·공사현장이 몰려 있는 부산에서 안타까운 추락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사고 이면에는 공사기한과 시공비 절감에 매달리는 건설업계의 관행이 자리잡고 있어 독립 감리제도와 같은 공사장 안전을 확보할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4년 전 최고층 아파트이던 해운대 센텀파크 시공을 맡아 작업자 3명이 숨지는 엘리베이터 추락 사고를 겪은 포스코건설은 엘시티 초고층 공사현장에서 또 인명사고를 냈다.
지난 2일 오후 1시 50분께 부산 해운대 엘시티 A동(85층) 공사 현장 55층에서 공사장 구조물이 200m 아래 지상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박스 형태의 안전작업발판 구조물 내에서 외벽 유리 부착 작업을 하던 근로자 3명을 포함해 총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경찰은 건물 외벽에 부착한 구조물을 지지하는 고정장치 4개가 빠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2010년 7월 27일 오전 11시 15분께 최고 72층 규모로 건립 중이던 '해운대 아이파크'의 두 번째 건물 62∼64층 사이에 설치된 외벽작업발판(RCS폼)이 갑자기 190m 아래 1층으로 떨어지면서 발판 위에서 작업 중인 외주업체 직원 3명이 한꺼번에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시공사와 하청업체가 RCS폼 해체 작업에 안전교육을 하지 않은 미숙련공을 투입한 것은 물론 작업시간을 줄이려고 RCS폼 고정핀 6개 중 4개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을 묵인한 사실을 밝혀내고 현장소장 등 4명을 입건했다.
2004년 5월 19일에는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더 센텀파크(최고 50층) 공사현장 34층에서 엘리베이터 작업을 하던 작업자 3명이 1층으로 추락해 숨졌다.
센텀파크 시공사는 엘시티 공사를 담당한 포스코건설이다.
포스코건설 측은 사고 발생 1시간 40분이 지난 뒤 경찰에 신고하고 소방서 구조대에는 2시간이 지나서야 신고했는데 사고를 자체 수습해 보려다가 오히려 구조작업만 지연시켰고 경찰의 현장 접근조차 막아 물의를 빚었다.
당시 경찰은 무게 5t이 넘는 작업대를 타워크레인에 연결할 때 로프 4개를 사용해야 하는데도 로프 2개만 사용하는 바람에 작업대 무게를 견디지 못한 로프가 끊어져 사고가 난 것을 확인하고 시공사 안전관리자 등 2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관계자 3명을 입건한 바 있다.
지난해 부산 남구 용호동 '더블유'(최고 69층) 공사현장과 2010년 '두산위브 더 제니스'(최고 80층) 초고층 건물에서 콘크리트가 쏟아져 인근 도로를 지나던 차량을 덮치는 사고도 있었다.
현재 전국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 107개 중 가장 많은 28개가 부산에 몰려 있으며 초고층 건물 13개가 추가로 건립되고 있다.
높이 200∼400m에 이르는 초고층 건물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인명피해로 직결돼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고 때마다 나왔지만 여전히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최첨단 고급 마천루를 지으면서 시공사의 안전관리는 너무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최저가낙찰제로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시공사로선 이익을 남기려면 공사기한을 단축하고 비용을 줄여야 해 안전 문제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원재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장은 "한 번도 추락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엘시티 공사현장에서 안전작업발판 추락에 대비하지 않은 것은 안전불감증"이라며 "안전 문제는 추가 비용이 아닌 고정비용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며 시공사 입김에서 자유로운 독립 감리제도가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에서 969명이 산업재해 사고로 숨졌고, 그중 가장 많은 37.8%(366명)가 추락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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