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표결 처리…비판여론 고려한 반대표 예상되나 미미할 것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5일 개막과 함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연장 개헌안의 통과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5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전인대는 국가주석의 2연임 초과를 금지한 규정을 삭제할 것을 건의한 헌법 개정안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 중앙위원회가 상정한 개헌안에는 국가주석 임기제한 조항의 삭제 외에도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명기, 중국 공산당 영도 조항 삽입이 포함돼 있다.
모두 시진핑 절대권력을 공고화하는 민감한 내용들이다.
이번 개헌은 중국 현행 헌법의 5번째 개정으로 14년 만에 이뤄진다.
2004년 3월 4차 개헌은 전인대 회기 마지막날인 14일 표결 처리와 함께 폐막된 것과 달리 이번 개헌안은 회기 중간인 오는 11일 진행될 예정이다.
1982년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에 마련된 현행 중국 헌법은 1988년과 1993년, 1999년, 2004년에 4차례 개헌을 거쳤으며 매번 중국 사회·정치·경제 체제의 변혁과 최고 지도자들의 권력 의지가 반영돼왔다.
4차 개헌에서는 장쩌민(江澤民)의 '3개 대표론'이 '장쩌민' 이름은 빠진 채 지도사상으로 확립됐고 사유재산권 보장이 한층 강화됐다.
개헌 절차는 전인대 상무위원회나 전인대 대표 5분의 1 이상의 발의, 전인대 전체 대표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통과된다.
하지만 전인대가 이번 개헌안을 부결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거수기' 성격이 강한 전인대의 개헌안 부결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장기집권 가능성에 대한 중국 안팎의 비판적 여론을 고려하면 반대표가 적지 않게 쏟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의결 정족수(3분의 2 이상 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과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안건을 전인대가 거부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시진핑 집권연장 안은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2004년 4차 개헌안도 찬성 2천863표에 반대 10표, 기권 17표로 99.1%의 압도적 찬성률로 통과됐다.
특히 지난 1월 전국적으로 이뤄진 전인대 대표 선출 과정에서 능력이나 전문성 외에 당 '핵심'인 시진핑에 대한 충성심을 중요 자격요건으로 봤던 점에서 개헌안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는 쉽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전인대가 중국 공산당의 충성파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개헌안이 전인대에서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임기연장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중국 공산당은 강력한 여론 통제와 함께 관영 매체들이 시 주석의 치적을 홍보하며 '중국몽' 실현을 위해 시 주석이 계속 집권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국가주석 임기제한 폐지가 "당과 국가 지도자의 퇴직 제도를 변경하거나 종신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의 전면적인 영도 강화와 당 중앙의 권위를 수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관영매체들의 조직적인 지원에 힘입어 시진핑 집권연장안은 전인대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중국인들 사이에 지지세를 확대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BBC 중문판은 "시 주석의 3연임 추진이 수년간 계속된 반부패 및 정적 숙청과 반체제인사 탄압, 애국주의 정서 고취에 따라 시 주석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힘을 가진 인물로 추앙되며 예상 외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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