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새 기준 즉시 시행 '강수'

입력 2018-03-0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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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전진단 새 기준 즉시 시행 '강수'

(세종=연합뉴스) 서미숙 윤종석 기자 = 정부가 새로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열흘 만의 짧은 행정예고가 끝나자마자 바로 시행하는 강수를 뒀다.
심각한 주차난 등 주거환경이 매우 좋지 않은 경우 재건축 추진 가능성을 높여주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했지만 현재로선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 지 미지수다.

◇ 행정예고 후 즉시 시행 "지체 이유 없다"
국토교통부는 4일 재건축 안전진단 중 구조안전성 평가항목의 비중을 대폭 높인 새로운 안전진단 기준을 5일 시행한다고 밝혔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의 행정예고가 끝난 것이 2일인데, 정부는 주말 동안 행정예고 기간 접수된 의견 분석을 끝내고 보완책까지 마련하고서 바로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를 서둘러 용역업체와 계약을 목전에 둔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아파트를 비롯한 송파구와 강동구 등지의 단지 10여곳은 재건축 추진이 불투명하게 됐다.
양천구 목동에서는 재건축 추진 단지 주민들이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여는가 하면 모금운동까지 벌이기도 했다.
그간 국토부의 행정예고에 대해 의견수렴 기간이 너무 짧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보통 20일 이상 하게 돼 있는 행정예고를 10일로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2일 행정예고가 끝나자마자 주말 밤샘 작업을 통해 1천600여건의 접수 의견에 대한 검토를 끝내고 즉시 시행에 들어간다.
국토부가 지난달 20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직후 송파구와 강동구, 영등포구 등이 관내 재건축 단지의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하기 위해 앞다퉈 안전진단 업체 긴급 모집공고를 띄웠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국토부 항의 방문과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의견 수렴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새로운 기준이 시행되기 전에 강화된 규제를 빠져나가는 재건축 단지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서두른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세웠다.
국토부 관계자는 "의견을 수렴하는 것과 그것을 반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로, 우리는 재건축 기준 강화와 관련해 제기된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라며 "우리로선 반대 의견이 있는 것을 알지만 안전진단이 재건축의 필요성을 검증하는 절차라는 본 기능을 회복하게 하기 위해 지체 없이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주차난 심하면 재건축 가능성↑ "실제 사례 많지 않을 듯"
정부는 지난달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방침을 밝히며 구조안전성 항목의 가중치를 50%까지 높이면서도 주차난이 매우 심각해 주거환경 항목에서 과락 수준인 E 등급을 받는 단지는 구조안전성에 상관없이 재건축을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이런 식으로 구제되는 재건축 단지는 없을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정부가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시행하면서 제시한 것이 이 '과락'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주거환경 항목은 9개의 세부항목으로 구분된다.
세부 항목은 세대당 주차대수, 소방활동의 용이성, 침수피해 가능성, 일조환경, 도시미관, 사생활침해, 에너지효율성, 노약자와 어린이 생활환경, 실내생활공간의 적정성 등이다.
국토부는 이들 항목 중 소방활동의 용이성 가중치를 0.175에서 0.25로, 세대당 주차대수는 0.2에서 0.25로 올릴 방침이다.
소방활동의 용이성은 결국 단지 내 도로에 주차된 차량이 많을수록 열악해지는 만큼 두 항목은 거의 같은 내용이다.
특히 세대당 주차대수 평가의 최저점 기준도 '현행 규정의 40% 미만'에서 '60% 미만'으로 확대된다.
이 두 항목의 평가 기준이 완화되면서 가중치도 0.5까지 높아져 주차난이 매우 심각한 단지의 경우 주거환경 평가에서 최저 등급인 E를 맞을 가능성도 지금보다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아무리 주거환경 세부 항목의 내용을 완화한다고 해도 주거환경 항목 자체의 가중치는 낮아진 상태에서 변하지 않기때문에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의 벽을 통과하는 단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강남구 압구정동 등 30년 이상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웬만한 단지의 경우 지하 주차장이 없어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는 만큼 안전진단의 주거환경 세부 항목 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행정예고 기간 가장 많이 들어온 의견이 주차난과 소방 불안이어서 그 부분에서는 규제를 다소 완화했다"며 "그러나 이것이 재건축 안전진단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정책의 본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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