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6% 압도적 반대…유럽 극우·포퓰리즘 공영방송 흔들기 제동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3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치러진 공영방송 수신료 및 정부 지원금 폐지법안(No Billag) 국민투표가 사실상 부결됐다.
이날 투표 결과 이 법안에 찬성한 유권자는 28.4%에 그쳤고 71.6%가 반대표를 던졌다.
스위스에서 이 법안을 둘러싼 논란은 세대, 정치 성향의 갈등을 드러내 관심을 끌었다.
애초 법안을 추진한 단체는 자유주의 좌파 청년단체였지만 스위스 보수 극우 정당인 국민당(SVP)도 이 법안에 찬성했다.
법안 국민투표를 추진한 청년단체는 공영방송의 정부 의존도가 높고 경쟁력이 낮다고 비판했다. 상업 광고를 재원으로 삼으면 더 경쟁력 있는 방송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반면 국민당은 공영방송이 너무 좌파 성향이라고 비판하며 공영방송 흔들기에 나섰다.
스위스방송조합(SSR)은 공영 SRF를 비롯한 지역 공영 방송사들의 수익원으로 지난해 12억 스위스프랑(1조3천849억원)의 수신료 등을 거뒀다. 이 금액은 전체 공영 방송사 1년 예산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스위스 공영방송은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 등 네 개 언어로 뉴스를 비롯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스위스 공영방송의 공공성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이 인정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에서는 방송이 재미없고 딱딱하다는 비판이 확산해왔다.
사실상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이번 국민투표를 놓고 운동선수, 영화감독 등 유명 인사들과 UBS의 세르지오 에르모티 최고경영자(CEO)까지 공영방송이 필요하다며 법안 반대에 나섰다.
스위스와 비슷한 공영방송 시스템을 가진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 다른 국가들도 이번 국민투표에 관심을 보였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등에서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시청료 폐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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