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진 성추문 명지전문대 신입생들 "용기 낸 선배들 고마워"

입력 2018-03-05 11:10   수정 2018-03-05 11:51

교수진 성추문 명지전문대 신입생들 "용기 낸 선배들 고마워"
연극영상학과 등 본격 개강했지만 일부 휴강…"지금이라도 알려져 다행"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현혜란 기자 = 연극영상학과 남자 교수진이 장기간 상습적으로 여학생들을 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명지전문대는 5일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봄비가 내린 이 날 오전 연극영상학과 사무실과 강의실 등이 있는 이 학교 본관 8, 9층에는 주황색 이름표를 단 학과 신입생들이 무리 지어 오갔다.
신입생들은 이름표가 없는 사람은 선배일 것으로 생각해 먼저 인사했다. 2018학년도 1학기는 지난 2일 개강했지만, 한 주가 시작하는 이 날이 새 학기의 본격적인 첫날이다.
재학생들은 취재진 등 외부인에게 "8, 9층은 수업을 위한 공간이니 나가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하며 다른 얘기는 삼갔다.
복도 끝에는 연극영상학과 학생들이 무대에 올린 작품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그중 실습수업 수강생들이 지난해 여름 발표한 한 연극 포스터에는 '지도교수 박중현'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박 교수는 연구실로 여학생을 불러 안마를 시키거나 안마를 해준다며 여학생을 추행하는가 하면 모의총기로 비비탄을 학생들에게 쏘는 등 악행을 일삼았다는 증언이 나온 인물이다.


이번 사태로 보직 해임되기 전까지 학과장이었던 박 교수를 비롯해 이영택 교수, 최용민 교수, 겸임교수 발령 예정이던 시간강사 안광옥 씨, 조교 추모 씨 등 남자 교원 전원이 성 추문에 얽히면서 학교 수업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대체 수업 인력이 충원됐지만, 학기 시작이 임박해 급하게 구하느라 아직 정상 운영은 되지 않는 모습이다.
한 신입생은 교문을 나서면서 "교수님들이 갑자기 바뀌면서 오늘 수업 하나가 취소돼 공강이 생겨 잠시 나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 학생은 "명지전문대 연영과는 서울에 있다는 장점 때문에 경쟁률이 높고 제 주변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친구들도 많다"며 "원하던 학교에 오게 돼서 기뻤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고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지금이나마 알려져서 다행"이라며 "안 좋았던 일들을 털고 갈 기회라고 생각한다. 용기를 내서 말해준 선배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본관 8층에서 만난 한 신입생도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언젠가 터질 일이었고 그게 지금이라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이 학교 각 건물 입구에는 교내 양성평등상담실이 설치한 선간판이 있었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으로 고민한다면 상담실을 찾아달라는 안내와 '당신과 함께하겠다'는 뜻의 '위드유'(#With you)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명지전문대 정순례 교무처장은 "개강을 앞두고 시급하게 생긴 사안이라 학생들 보호가 최우선"이라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학생들의 수업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여 년 전 제자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김태훈 교수가 자진 사퇴하는 홍역을 치른 세종대 영화예술학과는 이달 8∼10일 학내에서 상연할 예정이던 공연 '화양리 브라더스'를 무대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
공연기획팀은 "학과 내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하여 배우와 스태프들이 함께 모여 대책을 논의한 결과 이 자리에서 공연하는 것이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의 심적 부담을 가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취소사유를 밝혔다.
이날도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 '대나무숲'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는 '미투' 폭로가 이어졌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놀이터에서 일면식도 없는 아저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거나, 어렸을 때 집에 놀러 온 사촌오빠가 몸을 만졌다거나, 전 남자친구에게 몰래카메라 촬영을 당해 경찰에 신고해 처벌을 받게 했다는 내용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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