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찾은 근대미술의 또다른 줄기…시립미술관 20주년전

입력 2018-03-05 17:53   수정 2018-03-05 18:08

부산에서 찾은 근대미술의 또다른 줄기…시립미술관 20주년전
일제강점·한국전쟁 작가들 조명…5월에는 1세대 김종식 100주년전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제법 큰 장이 섰다. 채소며 과일, 생선을 늘어놓은 좌판마다 구경하거나 흥정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광주리를 머리에 인 여인들과 엄마 손을 잡아끌며 투정하는 아이, 지게를 진 소년의 모습도 보인다.
일제강점기, 신산했던 시대에도 시장에는 삶이 있었다. 1920년대 후반 부산의 한 시장을 관찰해 '시장풍경'을 완성한 이는 일본 작가 안도 요시시게다.
안도 요시시게는 부산에 정착한 많은 일본 작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1927년부터 10여 년간 부산에 살면서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부산미술전람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는 지역 미술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올해로 개관 20년을 맞은 부산시립미술관은 16일 개막하는 기획전 '모던·혼성:1928~1938'을 통해 안도 요시시게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활동했던 일본 작가들을 불러냈다.
일제에 의해 강제로 문을 연 부산은 근대 도시로 급속히 탈바꿈했다. '교두보' 격이었던 부산에 밀려 들어온 일본인 중에는 화가들도 많았다. 부산의 작가들도 이들로부터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부산에서 활동한 양국 작가들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우리 근대미술의 태동을 다층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전시는 부산에 체류하거나 거쳐간 일본인 작가들의 회화를 한데 모아 소개한다. 1920년대 시미즈 도운과 김규진이 함께 제작한 산수화 '귀어도', 나가타 ?스이 등 일본 작가들의 여행 화첩에 포함된 '해운대 풍경'(1939) 등이 나왔다.
부산 출신의 최초 일본 유학생인 임응구, 부산에 온 일본인 화가들의 영향을 받아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한 우신출, 마찬가지로 부산 최초의 서양화 동인이었던 춘광회 등 당대 부산의 서양화단 흐름도 감상할 수 있다.
이들 중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김종식(1918~1988)은 5월 25일 개막하는 작고 작가전을 통해 별도로 소개될 예정이다. 작품과 아카이브 등 200여 점이 나오는 대규모 전시는 추상화와 풍경 유화, 흑백드로잉 등 화업 전반을 아우른다.
'모던·혼성'과 같은 날 개막하는 '피란수도 부산, 절망 속에 핀 꽃'은 1950년대 피란수도가 된 부산에서 활발히 일어난 미술문화 현상을 조명하는 전시다.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박수근, 천경자 등이 부산에서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며 암울한 시대상을 재현하거나 새로운 예술 실험을 모색한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조덕환 '이승만 대통령과 아이젠하워 대통령, 그 참모들'을 비롯해 미술관이 어렵게 모은 종군화 50여 점도 눈에 띈다.
미술관은 당시 전국 지식인들의 집결지였고 동인전 무대이기도 했던 '다방'을 조명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이번 20주년 기념전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등한시했던 한국 근대미술의 새로운 줄기를 조명하는 기회다.
김선희 관장은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간 한국 현대미술사는 서울 미술사이지 않았느냐"라면서 "지역에서 많은 작업이 진행되고 성과를 내고 있었음에도 한국 근대미술사에서는 소외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던·혼성'과 '피란수도 부산, 절망 속에 핀 꽃' 전시는 모두 7월 29일까지. 전시 기간에는 다양한 부대 행사와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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