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첫 전시 '무색' 이란-프랑스…핵합의 고비 맞아

입력 2018-03-05 18:17  

루브르 첫 전시 '무색' 이란-프랑스…핵합의 고비 맞아
르드리앙 佛 외무장관, 이란에 미사일 협상 압박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위협으로 존속이 불투명해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이 탄도미사일 협상안을 들고 5일(현지시간) 이란을 찾았다.
이란 정부는 핵협상 당사국인 프랑스와 핵합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동의하면서도 르 드리앙 장관에 바짝 날을 세웠다.
핵합의는 그 자체로 유효하고 변경할 수 없는 국제적 약속으로, 이제 와 자국의 탄도미사일 제한이 이를 유지하는 선결 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르 드리앙 장관은 이란 방문 직전 프랑스 언론에 이란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매우 우려한다면서 이를 제한하지 않으면 새로운 제재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서방 언론은 그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위기에 처한 핵합의를 '구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해석했으나 이란 언론은 프랑스가 미국의 앞잡이 역할을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현지 언론 함샤리 5일자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이란과 금융 거래를 거부함으로써 핵합의를 위반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미국을 만족하게 하기 위한 유럽의 게임에 참여하지 않겠다. 유럽은 핵합의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미국을 위해 극단으로 가고 있다"면서 르 드리앙 장관의 탄도미사일 협상 제안을 일축했다.
현지 일간 테헤란타임스는 5일자 1면에 '대량유혹(속임수)무기'가 테헤란에 도착했다면서 르 드리앙 장관을 비꼬았다. 그가 이날 새벽 테헤란 메흐라바드 공항에 도착하자 그를 반대하는 시위가 공항 주변에서 열렸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현직 군인이 아님에도 이례적으로 군 장교용 정복을 입고 5일 오전 르 드리앙 장관을 만났다.
자주국방 목적인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놓고 한 치도 물러날 수 없다는 뜻을 온몸으로 전한 셈이다.
르 드리앙 장관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이 테헤란 국립박물관에 처음 전시되는 특별 행사에 맞춰 이날 이란을 찾았다.
그러나 그가 핵합의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없이 탄도미사일 문제를 협상해야 한다는 미국과 유럽의 제안서를 내밀면서 양국의 뜻깊은 문화 교류가 무색해져 버렸다.
중재자를 자임한 르 드리앙 장관의 이란 방문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핵합의가 이행 2년 만에 가장 큰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12일까지 유럽과 이란이 탄도미사일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핵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최후통첩'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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