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총선서 반체제·극우 돌풍…과반정당 불발에 정정불안 우려(종합)

입력 2018-03-06 03:58   수정 2018-03-06 03:59

伊총선서 반체제·극우 돌풍…과반정당 불발에 정정불안 우려(종합)

오성운동 최대 정당 약진…극우당 동맹, 베를루스코니의 FI에 앞서 이변
오성운동·동맹 "우리에게 정부 구성 권한 부여돼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강경 난민 정책을 공약하고,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인 반체제 정당과 극우 정당이 약진했다.
9년 전 좌와 우로 나뉜 기성 정치체제의 부패를 심판하겠다는 구호 아래 탄생한 신생정당 오성운동은 30%가 훌쩍 넘는 득표율로 단일 정당 가운데 최대 정당으로 발돋움, 이탈리아 정계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약 37%의 표를 얻어 최다 득표를 한 우파연합에서는 "난민이 이탈리아를 침범했다"는 과격한 구호와 함께 '이탈리아 우선'을 외친 극우정당 동맹이 당초 예상을 깨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에 득표율이 앞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5일 총투표의 약 98%가 개표된 가운데 우파와 극우성향의 4개 정당이 손을 잡고 총선에 나선 우파연합은 상원과 하원 모두 37%를 웃도는 득표율로 선두를 차지했다. 마테오 살비니가 이끄는 동맹이 약 18%의 표를 얻어 14%의 표를 얻는 데 그친 FI에 앞섰다.
다른 정당과 연대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선거에 임한 오성운동은 약 32%의 표를 득표, 우파연합의 뒤를 이었다.
31세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가 이끄는 오성운동은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기록한 지지율 28%보다 훨씬 높은 득표율을 보여,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저소득층을 위한 월 780 유로(100만원)의 기본소득 도입 공약으로 청년 실업에 시달리는 젊은층과 빈곤에 찌든 남부를 적극 공략한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디 마이오 대표는 "역사적인 승리"라며 "이탈리아의 제3공화국이 시작됐다"고 감격을 나타냈다. 이탈리아는 대규모 부패 수사 '마니 풀리테'로 기독민주당 정권이 몰락한 1990년대 초반까지를 제1공화국,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제2공화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집권 민주당이 중심이 된 중도좌파연합은 약 23%의 지지율로 멀찌감치 뒤로 처졌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은 역대 최저 수준인 약 19%의 저조한 득표율로 참패를 당했다.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 기록한 약 23%의 지지율보다도 훨씬 낮은 충격적인 결과에 렌치 전 총리는 이날 당 대표직에서 사퇴를 선언했다.
렌치 전 총리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극단주의 정당과의 연대는 없으며, 민주당은 야당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탈당파 인사들로 구성된 좌파정당 자유평등(LEU)은 약 3%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총선 전 예상처럼 어떤 진영도 독자적 정부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짧게는 수 주, 길게는 수 개월 간 정파 간 새로운 연대 시도가 이어지며, 이탈리아는 당분간 정정 불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총선 결과로 야기된 불확실성이 반영되며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 MIB는 0.4% 떨어져 약세를 보였다. 당초 우려처럼 급락은 없었다.
그러나, 단일 정당 가운데 최대 정당으로 약진하며 정부 구성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포퓰리즘 성향의 오성운동이 EU에 적대적인 동맹, FDI 등 극우정당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금융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향후 정부 구성을 위한 정당 간 교섭에서는 총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대 정당으로 올라서며 사실상 승리를 거둔 오성운동과 최다 득표한 우파연합의 4개 정당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동맹이 주도권 다툼을 할 것으로 보인다.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와 살비니 동맹 대표는 이날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에게 정부 구성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디 마이오 대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대를 타진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살비니 대표는 "오성운동과의 연대는 없다"고 못박았다.
총선 전 유력한 가설로 떠올랐던 민주당과 FI의 독일식 좌우 대연정 가능성은 두 정당이 예상보다 낮은 표를 얻음에 따라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 방안은 이탈리아 정치 체계의 급격한 변화를 억제하고, EU에 미치는 충격파를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EU와 시장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었다.


이탈리아 언론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의 총선 결과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1면에 "이탈리아를 오성운동과 동맹이 접수했다"며 오성운동을 빼놓고는 정부 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간 라 스탐파는 1면에 "디 마이오가 이겼고, 이탈리아는 통치 불가능해졌다"는 헤드라인을 실었다.
한편, 이번 총선 투표율은 72.9%로 집계돼 역대 최저치였던 2013년 총선 투표율(75.2%)을 갱신, 정치에 대한 이탈리아 대중의 무관심을 반영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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