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내용 공개안돼…'조건부 실험중단' 등 일부 진전언급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일 4시간 12분간 이어진 남측 대북특별사절대표단 접견 및 만찬에서 한반도 정세전환의 열쇠가 될 비핵화 및 북미대화와 관련해 어떤 언급을 했을지 주목된다.
6일 오전 현재 김 위원장이 핵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와 청와대 관계자 발언 내용이 흐릿하나마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일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특사단의 접견 및 만찬과 관련, "결과가 있었고 실망스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랬을 것"이라고 했다.
또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남측특사대표단 일행과 북남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시키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데서 나서는 문제들에 대하여 허심탄회한 담화를 나누었다", "조선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북과 남 사이의 다방면적인 대화와 접촉,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의견을 나누었다"는 보도를 했다.
북한 매체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 보장 문제'를 논의했다고 하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핵 문제와 북미대화에 대해 직접 언급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김 위원장이 남측특사로부터 수뇌상봉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전해듣고 의견을 교환했으며, 만족한 합의를 봤다"는 북측 보도 내용도 핵 문제와 연결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북한 김여정 특사 방남 때 정상회담 제의를 받자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했고, 그 여건은 결국 북핵 문제에서의 진전을 의미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결국 '만족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북한의 발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비핵화 및 북미대화 측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진전된 언급이 나왔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북한이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한 점과,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으로 미뤄 이번에 김 위원장이 단도직입적으로 비핵화 의향을 밝혔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달 방남 때 밝힌 '미국과의 대화 용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핵 문제를 포함한 상호 관심사를 미국과 논의할 의사가 있다'는 정도의 입장을 김 위원장이 밝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6일 김 위원장의 핵 문제 관련 발언 수위를 추측하면서 "북한이 그동안 밝혀온 내용을 크게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상식적인 예상일 것"이라며 "(김 위원장에게) 진지한 협상 의사가 있다면 기존 김영철 부위원장 언급에서 한 발 정도 더 나갈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잠정중단) 의사를 밝히며 4월께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취소를 요구했을 개연성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는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 정도는 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런데 그 정도로는 미국을 설득하기 어렵고 한미갈등과 남남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핵문제와 관련해 어떤 말을 했는지는 북한이 정말 협상할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지 추측할 수 있는 풍향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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