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단-김정은 만찬서 남북정상회담 추진 '큰 틀' 합의했을 듯
문 대통령 '단계해법' 제시에 김정은 '비핵화' 전향적 입장 표시 가능성
문 대통령, 북미대화 '중재'하며 남북 정상회담 추진 병행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 파견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이 서서히 가시권에 들어오는 분위기다.
5일 저녁 평양에서 진행된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면담·만찬에서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중요한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회동 후 남북 당국의 반응이 서로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남측 특사로부터 수뇌 상봉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전해 들으시고 의견을 교환하시었으며 만족한 합의를 보시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실망스럽지 않은 결과로 안다"며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정상회담의 시기나 의제까지 구체적으로 교감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정상회담 추진의 방향과 내용에 관한 '큰 틀의' 정상간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문 대통령으로서는 김 위원장이 김여정 특사를 통해 방북 초청을 한 데 대해 사의를 표하면서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여건'의 핵심은 단연 북미 대화다. 바꿔 말해 비핵화를 의제로 하는 북미간의 '탐색적 대화'와 이어 후속 협상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뜻한다. 문 대통령은 특사단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핵 동결로부터 폐기까지 이르는 북핵해결의 '단계적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남북 양측이 회동결과를 두고 "실망스럽지 않다", "만족한다"고 각각 평가한 데에는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표명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先代)의 '유훈'임을 확인하고 핵·미사일 실험을 잠정 중단하는 등의 초기적 신뢰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미간에 비핵화 대화를 '중재'할 최소한의 여건을 확보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을 상대로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는 '탐색적 대화'에 응하도록 설득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북미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평양에 파견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이번 주말 워싱턴으로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결과를 직접 설명하고 북미대화의 방향을 조율하도록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방북결과를 놓고 워싱턴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끌어낼 경우 북미대화 중재를 본격화하는 동시에 남북 정상회담 추진도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의 '여건'이 갖춰졌다고 보고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라는 두 개의 바퀴를 '선순환적으로' 굴려갈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여전히 관건은 미국이다. 미국이 비핵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전향적 입장을 얼마나 의미있게 평가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YNAPHOTO path='C0A8CA3D00000161F99D3D190003B381_P2.jpeg' id='PCM20180306000106044' title='남북정상회담 재현될까? (PG)' caption='[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
특히 김 위원장이 만일 핵·미사일 실험의 잠정 중단을 조건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최대한의 압박' 정책을 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선뜻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또한 미국이 문 대통령의 중재 의지를 받아들여 북한과의 '탐색적 대화'에 응하더라도 의미 없는 결실을 볼 경우에는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워싱턴 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외교적 수단도 '소진'되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대북 강경론자들의 입지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 추진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목할 점은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북미대화를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이것을 '필요조건'으로 못박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미간 대화가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일정 시점에 가서는 미국의 양해를 얻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지방선거 등의 정치일정을 봐가며 6·15 남북 공동선언 18주년 또는 오는 8·15 광복절에 즈음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있다는 다소 성급한 관측들이 대두하고 있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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