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원 연구교수 '역사비평'서 주장…"4월 13일설은 오류에 기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내년이면 독립운동가들이 일제 통치에 항거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한 지 정확히 100년이 된다.
정부는 1989년에 4월 13일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로 정하고, 이듬해부터 매년 기념식을 거행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학계에서는 임시정부 수립일을 4월 13일에서 4월 11일로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6년에는 한국근현대사학회가 이 문제를 놓고 학술세미나를 열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립운동사를 전공한 윤대원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임시정부 수립일로 거론되는 두 날짜의 역사적 연원을 살피고,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이 1990년에 처음 열린 이유를 분석한 글을 계간지 '역사비평' 최신호에 실었다.
윤 교수는 "임시정부 수립일이 4월 13일이 아니라 4월 11일임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당장 올해부터라도 기념일을 4월 11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임시정부 수립일을 4월 11일로 보는 이유는 임시정부 기록이다. 임시정부는 1937년 처음으로 정부 수립 기념식을 열었는데, 임시정부의 여당 구실을 했던 한국국민당의 기관지 '한민'에 "4월 11일이 임시헌장을 발포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성립한 기념일"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윤 교수는 또 독립운동가 김병조가 1920년 편찬한 '독립운동사략'에 "임시정부가 4월 11일 성립을 중외에 선포하다"는 문구가 있고, 당시 상하이에서 발행되던 신문인 '시사신보' 1919년 4월 11일 자에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성립'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문서가 보도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임시정부 수립일을 4월 13일로 간주하는 견해는 상하이에 있던 일본 총영사관 경찰 등이 대한교민단 사무소에서 압수한 문서를 편집해 펴낸 '조선민족운동연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윤 교수는 조선민족운동연감은 임시정부가 1919년 국제연맹에 제출하려고 엮은 '한일관계사료집'을 참고해 작성됐는데, 이 사료집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류가 적지 않고 4월 13일에 '정부 수립을 공포했다'는 문장에도 논리적 비약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관계사료집 편찬자들이 임시정부 수립 초기의 구체적 정황을 혼동했거나 짧은 시간에 사료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약 때문에 상황을 압축적으로 기술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윤 교수는 이어 한국독립유공자협회가 주관하던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이 1990년부터 정부 행사로 개최된 데 대해 "1980년 이후 확산한 민주화운동과 반공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소장 학자들의 새로운 현대사 해석에 위기의식을 느낀 정권과 보수 지배층의 대응이었다"고 분석했다.
당시 정권이 임시정부 법통론을 자신들의 정통성을 보장하는 담론으로 활용하고자 했고, 그 연장선에서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이 정부 행사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정부 주관 기념식 개최의 정치적 배경이었던 임시정부 법통론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며 "임시정부 법통론으로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이념을 가진 세력들이 오직 민족해방과 새로운 국가 건설을 위해 벌인 전체 독립운동을 포괄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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