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측 태권도시범단 평양 초청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남북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태권도가 마침내 평양으로 교류와 협력의 무대를 이어간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을 이끌고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했다가 6일 돌아와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의 남북한 합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북측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조성된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 태권도시범단의 평양 방문이 이뤄지면 16년 만이자 분단 이후 두 번째가 된다.
태권도는 2002년 9월 남북장관급회담 합의에 따라 대한태권도협회 시범단이 평양에 파견돼 태권도전당에서 두 차례 시범공연을 선보였다.
같은 해 10월 당시 황봉영 조선태권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시범단이 답방 형식으로 서울을 찾아 역시 두 차례 시범 무대를 꾸몄다.
지금은 전 세계로 뻗어나간 태권도는 뿌리는 하나이지만 한국과 북한을 축으로 50년 가까이 두 갈래 길을 걸어왔다.
태권도 종목 국제경기연맹도 한국이 중심이 돼 성장한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한 주도로 발전한 국제태권도연맹(ITF)으로 나뉘어있다.
WT와 ITF는 2006년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기간 두 단체의 행정 및 기술통합문제를 다룰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구성에 대해 합의하고 2007년부터 실무 회의를 했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실질적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그러다가 2014년 8월 조정원 WT 총재와 당시 ITF 총재였던 장웅 IOC 위원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앞에서 합의의정서에 서명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합의의정서에는 상호 인정과 존중, 양 단체 주관 대회 및 행사 교차출전, ITF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추진,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두 단체의 만남이 잦아졌다.
2015년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WT 주관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ITF 시범단이 공연을 펼쳤다.
지난해 6월에는 전북 무주에서 열린 2017 WT 세계선수권대회 때 ITF 소속 북한 시범단이 방한해 대회 개·폐회식과 전주, 서울 등에서 4차례 무대에 올랐다.
2007년 국내에 ITF 지부가 출범한 것을 축하하고자 ITF 시범단이 방한한 이후 10년 만의 일이지만 한국에서 열린 WT 행사에 ITF 시범단이 참가한 것은 1973년 WT 출범 이후 처음이었다. 새 정부 남북교류의 첫 사례이기도 했다.
ITF 시범단의 무주 방문 때 양 단체는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ITF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WT 시범단의 방북 공연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합동공연 등을 구두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와 괌 포위사격 위협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결국 WT 시범단의 평양 방문 공연은 미뤄졌다.
그럼에도 ITF 북한 시범단이 남녘 땅을 밟는 데는 무주 대회 이후 7개월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남북한 당국의 합의로 지난달 평창올림픽 기간 북한 시범단이 경의선 육로로 내려와 대회 개회식과 속초, 서울 등에서 총 4차례 공연을 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한 달도 채 안 돼 북한에서 남한 태권도시범단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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