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뛰어넘는 방북 결과…北 '김정은, 통 큰 결단' 강조

입력 2018-03-06 22:55  

예상 뛰어넘는 방북 결과…北 '김정은, 통 큰 결단' 강조
김정은, 南특사단 맞아 잇단 파격행보…대외보폭 넓히나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북한 매체가 6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과 면담·만찬 소식을 보도하면서 특사단이 김 위원장의 '통 큰 과감한 결단'에 사의를 표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관련 영상을 공개하면서 "남조선 대통령 특사대표단 성원들은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께서 자기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내어주시고 최상의 환대를 베풀어 주시었으며 생각지도 못한 통이 큰 과감한 결단을 내려주신 데 대해 충심으로 되는 사의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김 위원장 등이 특사단과 만나 합의한 '남북정상회담 4월 말 개최'는 물론이고,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히며 미국과 비핵화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점 등은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파격'에 가까운 결과물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외교에선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남측 인사를 만난 건 2011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조문차 방북했던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행이 유일하며 집권 이후로는 전무하다.
집권 이후 북한 땅을 벗어난 적이 없으며 평양에서 외국 사절을 만난 것도 7차례 정도다. 2012년 8월 방북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시작으로 중국과 쿠바, 시리아 등에서 온 대표단을 만났다.
지난해 11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특사로 방북했던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랬던 김 위원장이 이번 특사단 방북 때 보여준 면모는 내용뿐 아니라 형식에서도 파격의 연속이었다.
평양 도착 3시간여 만에 특사단을 접견했고 부인인 리설주와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대동한 채 만찬을 했다. 접견 및 만찬 장소도 특사단의 숙소가 아니라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청사인 것도 이례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4월 말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유엔군사령부 관할 지역이긴 하지만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 땅에 발을 디디는 건 분단 이후 처음으로, 이 또한 파격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과거 두 차례의 정상회담은 모두 자신의 안방인 평양에서 열렸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외교 보폭을 넓혀 중국이나 러시아 등을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만찬에 부인을 대동하고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파견하는 등 '불량국가'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애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한 "(김 위원장이)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대목에도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담겨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transi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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