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무 "'스파이 피격' 러시아 개입 확인시 월드컵 불참"(종합)

입력 2018-03-07 08:27  

영국 외무 "'스파이 피격' 러시아 개입 확인시 월드컵 불참"(종합)
대테러 전담조직서 수사…러시아 "비극적 상황이지만 아는바 없다"



(런던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황정우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전직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가 배후에 있는 것이 확인되면 오는 6월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 불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및 AP 통신 등에 따르면 존슨 외무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이번 사건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오후 영국 솔즈베리에 있는 한 쇼핑몰 벤치에서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인 율리야 스크리팔(33)이 미확인 물질에 노출된 뒤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현재 솔즈베리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크리팔은 러시아 군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 소속 전직 장교로 2006년 러시아 정보기관 인물들의 신원을 영국 해외담당 정보기관인 비밀정보국(MI6)에 넘긴 혐의로 기소돼 1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0년 미국과 러시아의 첫 대규모 스파이 맞교환 때 함께 풀려나 영국으로 이주했다가 이번 사고를 당했다.



존슨 장관은 "솔즈베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만약 보이는 것처럼 나쁘다면, 이번 일은 러시아 책임 하에 발생한 또다른 범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러시아가 스크리팔 사건의 배후에 있는 것이 확인되면 오는 6월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 잉글랜드 대표팀이 정상적으로 출전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영국은 이번 사건을 지역 경찰이 아닌 대테러 전담 조직이 맡아 조사하고 있다.
런던경찰청은 이날 "특이한 상황"을 고려해 대테러팀이 수사를 이끌고 있다고 발표했다.
일간 가디언은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독극물 검사가 향후 수사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의 몸에서 체취한 샘플들에 대한 검사가 포트다운에 있는 군(軍) 실험실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현장 주변 CCTV에 포착된 영상에 따르면 스크리팔 부녀는 오후 4시께 별다른 특이사항 없이 피트니스센터를 함께 거닐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이번 사건은 2006년 발생한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을 떠올린다.
전직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 소속 요원이었던 리트비넨코는 푸틴대통령을 비판했다가 영국으로 망명해 생활하던 중 독성 물질 폴로늄 210에 중독돼 사망했다.
수사 결과 러시아 비밀요원이 리트비넨코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고 영국 정부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살해를 승인한 것으로 의심했다.
러시아는 그러나 이번 사건의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러시아는 스크리팔 사건 조사와 관련해 영국이 협조를 요청한다면 이에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디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비극적 상황"이라면서도 러시아는 이번 사건 관련해 아무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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