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계책…시리아서 전범 책임 피하려 '멍텅구리 폭탄' 써

입력 2018-03-07 10:22  

러시아의 계책…시리아서 전범 책임 피하려 '멍텅구리 폭탄' 써
영국 일간 가디언, 유엔 관리들 의혹 제기
유엔 조사위 "러시아가 민간인 거주지역서 비유도탄 사용"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시리아에서 일어난 민간인 공습의 배후로 지목된 러시아군이 전쟁범죄 책임을 시리아군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정밀하지 않은 재래식 비유도탄(unguided bomb)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 시리아조사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 13일 시리아 북부 알레포주(州)의 도시 아타렙의 시장(市場)을 겨냥한 공습으로 어린이 5명을 포함해 민간인이 최소 84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곳은 시리아 동맹국인 러시아와 이란, 반군을 지원하는 터키 간 합의에 따라 '긴장완화지역', 속칭 안전지대로 지정된 곳이었다.
파울로 핀헤이로 조사위원장은 "민간인 거주지역에서 러시아 항공기가 비유도탄으로 공격했다"며 "목격자 인터뷰 이외 사진, 비디오, 미사일 파편, 위성 이미지, 충격 분석 등 러시아가 개입한 증거는 셀 수 없이 많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러시아산 OFAB-500 비유도 확산탄들과 러시아 공군이 알레포에서 수차례 사용한 바 있는 BeTAB-500 벙커버스터 폭탄들이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폭탄이 특정 목표지점이 아니라 더 넓은 목표범위를 정해 투하됐음을 보여준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이와 관련,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은 7일 유엔 소식통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이 보유한 무기의 품질 수준에 가까운 비유도탄을 사용한 이유는 향후 진행될 민간인 희생에 대한 국제기구의 조사에서 책임소재를 밝히기 어렵게 만들려는 것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한 유엔 관계자는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이 아주 비슷한 무기를 사용하려 했던 공동의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 정부군은 현대식 무기운용 훈련을 받지 않은 파일럿들이 탄 보다 오래된 항공기를 쓰고 있어 러시아가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를 사용했을 것"이라며 "책임소재 규명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로 러시아가 이런 무기들을 쓴 것으로 의심한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이런 의혹은 반군과 테러리스트들 제거를 위해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한 의혹을 보태는 한편 2016년 말 알레포와 2주 만에 700명이 사망한 반군의 마지막 거점 동구타에서 발생한 대규모 공습의 책임주체에 대한 의문도 불러일으킨다고 보도했다.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명분으로 내걸고 2015년 9월 시작된 러시아군의 시리아 내전 개입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에 맞서는 반군세력들에 대규모 공습에 나서면서 아사드의 시리아 내전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디언은 이전에도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정밀성이 떨어지는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다는 비난이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일었지만, 그 의도는 정밀한 무기보다 비용이적을 것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유엔 소식통들의 이런 주장은 유엔전쟁범죄 조사를 피하려는 계책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이런 분석이 시리아 관련 유엔 관리들 사이에 공유된 견해는 아니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다른 유엔 관리는 "내 생각으로는 민간인들을 공포에 빠트려 궁극적으로는 반군들에 등을 돌리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그런 무기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조사위는 보고서에서 "공격이 민간인들 또는 아타렙 시장을 고의로 겨냥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민간인 밀집 지역에서의 공중폭발 폭탄을 포함해 비유도탄을 사용한 것은 무차별 민간인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결론냈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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