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평창올림픽 특사 김여정 특급대우로 김정은 신뢰쌓아"
"남북대화가 비핵화 논의 시작점…韓, 당사국들과 발맞춰 로드맵 마련해야"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북 특사단이 거둔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등은 문재인 정권의 상상을 초월한 외교 성과라고 평가했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대북 특사단이 이 정도 성과까지 거둘 것으로 생각한 전문가들은 없었다"면서 "특히 북한이 비핵화를 북미 대화의 의제로 올릴 수도 있다는 의사를 확인한 것과 한미연합훈련을 이해한다고 밝힌 것은 상상을 초월한 성과"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남북관계가 크게 진전된 이유에 대해서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기간 특사로 방문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성의껏 대우한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신뢰를 쌓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집권한 뒤로 국제사회에서 누구도 그를 평등한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았는데 특사에 대한 특급 대우가 김 위원장의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국제관계연구원장도 "지난번 올림픽 기간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것과 더불어 획기적인 외교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이는 한반도 정세에 아주 좋은 일이자 한국을 비롯한 북핵 당사국들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주 교수는 북한이 큰 입장 변화를 보인 데 대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압박도 큰 역할을 한 것 같다"며 "제재 해제 문제는 앞으로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퍄오둥쉰(朴東勛) 연변대 교수도 "아직 조심스럽지만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한반도 정세가 평화 분위기를 이어갈지는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북한은 일단 미국이 북미대화를 위해 제시했던 전제조건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봐야 한다"며 "관건은 미국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북한이 한미군사훈련과 추가 도발 등에 대해서 큰 입장 변화를 보였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대화를 거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미국 역시 북한에 대한 새로운 탐색과 김정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퍄오 교수도 "미국에도 한국 특사가 갈 예정이고, 공개되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그 메시지에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도 "남북대화 다음은 북미대화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면서 "북미대화의 성과에 따라 비핵화 논의를 위한 6자회담이 재개될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인 중국 역시 남북관계 개선으로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완화하는 데 환영과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퍄오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군사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긴박하게 상황이 돌아가다가 대화 모드로 돌아선 것을 환영할 것"이라며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이 약화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도 "중국은 무조건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환영할 것"이라며 "또 남북대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북미대화를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촉구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진 교수는 북한이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배제(차이나 패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당분간은 그런 기조가 흐를 수도 있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중국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안보리 제재 해제와 대북 경제 지원 등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남북대화 이후 한반도 정세 전망에 대해서는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진 교수는 "남북대화는 비핵화 논의의 시작점이고, 북미대화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남북대화를 시작으로 비핵화 로드맵 완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남북대화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유엔 제재와 관련 없는 이산가족상봉 등 남북이 상호 신뢰를 쌓는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이 북미대화에 중재자 역할을 맡아 북미대화에서 로드맵의 큰 골격을 만들고, 6자 회담에서 여기에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이와 반대로 "북한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태도 변화를 보였지만, 과거 20여 년간 역사를 돌이켜 보면 언제 입장이 변할지 알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역시 대화를 통한 해결보다는 제재나 압박을 통한 해결책을 선호하기 때문에 넘어야 할 난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퍄오 교수는 "일단 성급하게 행동하기보다는 북미대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면서 여기에 발맞춰 남북관계 등을 조율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북한, 한국, 미국 모두 정책 조정에 들어간 상황이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를 살펴서 다음 단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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