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거장 아힘 프라이어 연출…2020년까지 '3년 프로젝트'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대규모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 4부작(링 시리즈)이 한국 기획·제작으로 공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월드아트오페라는 오는 11월 14~18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첫 번째 작품인 '라인의 황금'을 공연한다고 7일 밝혔다. 2020년까지 3년에 걸쳐 4부작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독일 출신 세계적 연출 거장 아힘 프라이어(84)가 연출하고, 총 제작비 120억원을 투입한다.
프라이어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독일 만하임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링 시리즈를 연출한 바 있지만, 이번 작품은 그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새 버전"이라고 소개했다.
바그너가 사반기 만에 완성한 링 4부작은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 등 네 개의 시리즈로 이뤄졌다.
북유럽과 게르만 영웅신화를 토대로 한 신비스런 소재, 대규모 관현악 편성, 16시간에 달하는 공연 시간 등 작품의 깊이나 음악적 심오함, 웅장함이 오페라 역사상 그 어떤 작품과도 비교되지 않는 대작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에서 링 시리즈 전작이 공연되는 것은 2005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를 초청해 마린스키 극장 버전으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린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한국 제작진과 성악가가 주축이 돼 선보이는 링 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아트오페라 단장이자 프라이어 부인인 에스더 리는 "한독 수교 135주년을 기념하는 한·독 협력 작품"이라며 "남북 분단 상황과 핵전쟁의 위협 등 현 한반도의 상황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라이어는 "바그너의 링 시리즈는 시대를 넘어서는 인류의 고전이자 인간의 전형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며 "바그너가 이 작품을 만들 때나 지금이나 권력을 향한 욕심, 폭력, 전쟁이 난무하고 사랑은 점점 메마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작품당 30억원씩 총 제작비는 120억원으로 잡고 있다. BMW코리아의 협찬으로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채울 것으로 알려졌다.
첫 무대인 '라인의 황금' 지휘는 랄프 바이커트가 맡을 예정이며 베이스바리톤 김동섭(보탄 역), 테너 아놀드 베츠옌(로게), 테너 탄젤 아키자벡(프로), 베이스바리톤 전승현(파졸트), 소프라노 에스더 리(프라이아)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월드아트오페라는 향후 작품을 위해 연광철, 사무엘 윤, 안드레아스 샤거 등도 섭외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 예술제작감독인 마티아스 플레츠베르거는 "이 같은 출연진은 세계 어느 프로덕션에서 찾기 어려운 조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공연을 고화질 영상으로 제작해 세계 오페라극장에 판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러나 워낙 규모가 큰 작품인 데다가 출연진과 오케스트라를 연합 형식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점, 한국 관객들이 링 시리즈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 등이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예술의전당 등은 공동 주최 제안을 고사했으며 대관 절차 과정에서도 협찬 계획 등을 상세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아트오페라는 오케스트라에 대해 "한국 음악인 50명, 유럽 음악인 30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라인의 황금' 이후의 공연장소로도 "세종문화회관과 협의 중"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공연 홈페이지에도 '라인의 황금' 지휘자가 이날 발표 내용과 다른 단 에팅어라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에스더 리 단장은 대관 일정 변경으로 빚어진 실수라고 해명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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