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속한 환영담화 내면서도 곳곳서 '차이나패싱' 우려감
일본 "비핵화부터 확약해야"…北진의 의심하며 '최대압박' 지속
(베이징·도쿄=연합뉴스) 심재훈 김정선 특파원 = 우리 정부의 대북 '특사외교'를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의 물결이 빨라지면서 주변 강국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 북미대화'와 조건부 추가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라는 승부수를 던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긍정적 반응을 보임으로써 하룻밤 만에 북미 직접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게 그 배경이다.
이러한 '통남통미'(通南通美)의 조율 과정에서 소외된 중국과 일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법을 주문해온 중국은 바라던 대로 정세가 변하는 것을 반기면서도 자칫 중국의 역할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차이나 패싱'에 대한 우려감도 동시에 내비쳤다.
청와대가 대북 특사단 방북 성과를 발표한 직후인 6일 자정께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이 즉각 담화를 내놓은 것도 이런 복잡한 속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겅 대변인은 "중국은 한국 대통령 특사 대표단의 방북이 긍정적인 결과를 거둔 점을 주목했다"면서 "중국은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가 자정 무렵에 담화를 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환영의 의미가 강하다.
다만 겅 대변인은 담화에서 "유관국들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함께 노력할 수 있길 바란다"며 "중국은 이를 위해 계속해서 마땅한 역할을 하길 원한다"고 언급, '중국 역할론'을 잊지 않았다.
차이나 패싱에 대한 고민은 관영 언론의 논조에서 더욱 분명하게 묻어났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는 7일 공동 사설에서 "남북한 모두 미국을 억제할 힘이 없으므로 평화와 비핵화 기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중국과 러시아, 유엔 안보리의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의 힘은 제한적이고 시험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들 매체는 "한국 특사단의 평양 방문 덕분에 남북 간 고위 대화에서 주요한 진전이 이뤄져 환영하고 격려할 만하다"면서도, "한반도 정세 전환의 기점이 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왜냐하면 이번 발표가 한국의 일방적 발표여서 북한이 확인해줄지 지켜봐야 한다"고 단서를 달기도 했다.
대화보다는 대북 강경론에 더욱 무게를 실어온 일본은 특사 외교의 성과를 애써 외면하면서 '최대 압박'의 기조를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 신중론을 펴면서 북한의 진의에 대해 경계심을 보인 것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당분간은 압력을 높이면서 각국과 연대하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고 미국을 방문 중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자민당 총재 외교특보가 전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확약해야 한다는 언급도 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과의 과거 대화가 비핵화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교훈을 충분히 토대로 하면서 대응해야 한다"며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 "이 문제는 아베 정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하루라도 빨리 납치 피해자의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으며 이러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 역시 "한미일 3개국이 협력, 북한의 핵·미사일 계획을 포기시키기 위해 압력을 최대한으로 높여간다는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의 시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요미우리신문은 김 위원장이 한국 특사단에 비핵화를 거론했으나 "구체적 방향에 대해선 전혀 언급된 게 없다"고 지적했고, 아사히신문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채 남북이 관계개선을 서두르면 한미동맹 약화와 한일을 둘러싼 안보 악영향도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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