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4명 민사소송…'행정대집행' 전에 강제조치 당한 1명만 승소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경남 밀양시 송전탑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농성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주민들에게 강제퇴거 등의 조치를 한 것은 정당한 직무집행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단독 김민아 판사는 송전탑 반대 주민 14명이 "행정대집행에 따른 철거 과정에서 위법하게 움막으로부터 강제 분리·퇴거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3명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다만 경찰의 강제조치가 행정대집행 시작 전 이뤄진 박모씨에 대해서는 정부가 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행정대집행은 일종의 강제집행을 말한다. 국민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주체가 스스로 의무자가 해야 할 행위를 하거나 제3자가 하도록 하고 소요비용을 의무자로부터 징수하는 조처다.
김 판사는 "박씨를 제외한 원고들에 대한 강제조치는 행정대집행이 착수돼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원고들 스스로 퇴거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경찰들이 원고들을 움막 밖으로 이동시킨 행위 등은 불가피한 방법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찰권 발동은 객관적으로 공무집행방해가 이뤄질 것으로 인정되는 상황, 당장 제지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 상황 등 직무집행에 관한 요건에 정당한 근거를 둔 것으로 위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제조치가 이뤄진 시점이 행정대집행 시작 전이라는 이유로 박씨에 대해서는 판단을 달리했다.
김 판사는 "행정대집행이 착수되기 전 박씨가 별다른 공무집행방해 등의 범행을 하지 않았는데도 경찰관들이 박씨의 신체에 대한 강제조치를 가했다"며 "이는 위법한 경찰권의 행사"라고 판단했다.
밀양시는 2014년 6월 11일 주민들이 송전탑 반대 농성을 위해 설치한 움막, 컨테이너를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시행했다.
박씨는 이날 오전 6시 15분을 전후해 움막 인근에 있다가 경찰관들에게 가장자리로 옮겨졌다. 박씨를 제외한 나머지 주민들은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경찰관들로부터 강제퇴거 등을 당했다.
한편 박씨는 경찰관에게 인분을 집어 던지고 이를 저지하려던 다른 경찰관의 손등을 무는 등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지만 1·2심에서 증거부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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