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난민정책 펼치는 극우당 소속 흑인 의원에 반감 표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유명 흑인 축구선수 마리오 발로텔리(28)가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이탈리아 역사상 첫 흑인 상원의원 토니 이오비(62)에 일침을 가했다.
발로텔리는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오비가 '이민, 이제 그만'이라는 문구가 적힌 셔츠를 입은 채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와 손을 맞잡고 선거 유세를 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내가 눈이 멀었거나, 사람들이 이오비에게 그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아직 말해주지 않았나 보다. 하지만,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는 글을 남겼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인종차별적인 공격에 자주 시달려온 발로텔리의 이 같은 발언은 이오비가 흑인이면서도 난민과 이민에 적대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동맹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것에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가나 출신 부모 아래 시칠리아에서 출생한 발로텔리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인터 밀란, AC밀란 등을 거쳐 현재는 프랑스 리그 니스에서 뛰고 있다. 그는 뛰어난 골감각과 돌파력으로 이탈리아 국가대표로서도 33경기에 출전, 13골을 넣는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돌출 행동으로 '악동'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발로텔리의 저격을 받은 이오비는 "발로텔리의 생각에 관심이 없다"며 "그는 훌륭한 축구선수이며, 자신이 잘 하는 일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지아 출신의 IT사업가인 이오비는 반(反)난민, 반(反)이슬람을 표방하고 있는 동맹의 난민·안보 부문 책임자로 2014년부터 활동해왔다. 이번에는 북부의 산업 도시 브레시아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이탈리아 하원에는 그동안 콩고에서 출생한 의사 출신의 세실 키엥게 전 국민통합부 장관 등 2명의 흑인 의원이 배출됐지만, 상원에서 흑인 의원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살비니 동맹 대표는 발로텔리의 비판에 대해 "경기장 안에서의 발로텔리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경기장 밖에서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살비니 대표는 이탈리아에 대거 유입된 불법 난민이 사회 갈등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를 덜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동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집권 시 이탈리아에 체류 중인 불법 난민 60만명을 본국으로 송환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5년 전 총선 당시보다 13%포인트 높은 1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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