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개발 시간만 벌어줬다"던 전임정권 비판 부메랑 가능성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대화의 문 앞에서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대북라인이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가운데 '비핵화 대화' 의지를 표명한 북한의 속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자칫 북한과 협상했던 역대 정권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조야에서 나오고 있다.
과거의 북미 합의가 북핵 개발 시간만 벌어줬다며 전임 대통령들을 향해 던졌던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의 화살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CNN 방송은 7일(현지시간) "전임 대통령들이 북한에 대한 악몽을 넘겨줬다고 비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그 역시 벼랑 끝 전술로 낯익은 게임을 펼치고 있는 북한이 놓은 덫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화→미국의 양보→북한의 도발 재개'로 이어졌던 과거 정권에서의 악순환이 자칫 반복될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이어 "이러한 부담 때문에 백악관 쪽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권을 쥐도록 공간을 열어주고 만약 (대화가) 실패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직접적 책임론을 피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려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ABC방송도 "김정은의 속마음이 뭐든 간에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외교적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를 합의로 이끌려면 본인도 뭔가 양보하는 부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유연성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며 한미연합군사훈련 조정 또는 추가 대북제재 자제 등을 그 예로 거론했다.
대북라인의 공백으로 인해 북미대화가 실제 개시될 경우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 방송은 빅터 차 전 주한미국대사 내정자 낙마 사태와 조셉 윤 전 대북특별대표의 은퇴 등을 언급, "평양은 만반의 준비가 돼 있지만, 미국의 경우 최정예 협상팀의 결여로 자칫 무방비 상태에 놓일 위험이 있다. 미국 쪽 협상 테이블이 비어 있는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외교를 경시, 관련 인재 풀이 빈약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워싱턴 조야에서는 회의론도 계속 고개를 들고 있다.
1994년 북핵 위기를 봉합한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CNN 방송에 "북한은 당시 합의에도 불구, 비밀리에 파키스탄과 함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 협상을 이끌었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CNN 방송에 "나는 결코 북한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워싱턴 안팎의 비관주의는 북한이 시간을 벌면서 제재 완화를 추구하고, 제대로 된 양보는 안 하면서 교묘하게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에 대한) 결의를 이완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터 잡고 있다"며 "북한이 추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지도 워싱턴 쪽에서 촉각을 세우는 부분 중 하나"라고 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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