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군' 사퇴에 공화당 내부서 '무역 전쟁' 우려
"트럼프 참모·지명자 35명 줄지어 사임…백악관 이직률 이전 정권보다 높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 조치를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했던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낙마로 백악관 내 정책적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 "콘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불투명한 정책 결정 절차들을 정리해내고 정책의 실질적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몇 안 되는 정책통으로 꼽혀왔다"며 "콘 위원장이 떠난 이후의 상황에 대한 내부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정책이 실제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실행 불가능한 의견을 고집할 때 어떻게 제동을 걸어야 할지를 아는 '브레인'은 이제 대통령 주변에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백악관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통제 불능의 나날들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어린 시선도 고조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콘 위원장 덕분에 문제있는 다수의 정책 아이디어들이 폐기될 수 있었다"며 "그가 떠나는 것은 정책적 면에서 재앙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콘 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가정폭력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한 롭 포터 전 비서관이 사퇴한 지 약 한 달 만에 이뤄진 것이다.
포터 전 비서관은 내부 이견이 있는 정책에 대한 조율 역할을 주로 맡아왔으며, 이번 관세 조치에 대해서도 사퇴 전까지 콘 위원장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콘 위원장은 민주당원으로 등록돼 있지만 정치 노선이 다른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보호무역주의에 제동을 걸어줄 '최고의 우군'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콘 위원장을 무역 정책에 있어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 여긴 공화당 의원들은 콘 위원장이 사임 계획을 발표한 지난 6일 이후 결정을 번복해 줄 것을 촉구했다.
공화당 서열 3위인 존 튠(텍사스) 상원의원은 "일부 경제 사안에 있어 그는 '이성의 소리'를 내는 인물이었다"며 "이제 관세 조치를 지지하던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큰 힘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론 존슨(공화·위스콘신) 상원의원은 "이 문제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대통령보다 콘의 의견을 더 공감한다"며 "무역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콘 위원장의 중도하차 여파로 NEC 관계자들을 포함, 백악관 관리들의 엑소더스 움직임이 가속할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실제 콘 위원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던 NEC 직원들 상당수가 동반사퇴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 혹은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분야 직위에 지명한 인사들 가운데 콘 위원장을 포함, 지난 1월20일부터 현재까지 그만둔 인물만 35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 이직률은 이전 5명의 대통령 때보다 높다.
이 조사가 나온 이후에도 호프 힉스 백악관 공보국장, 롭 포터 전 비서관, 조시 라펠 대변인 등 핵심 참모들이 줄줄이 백악관을 떠났다.
특히 이번 관세 논란을 두고 콘 위원장과 대척점에 섰던 '강경 보호무역론자'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후임 하마평에 오르내리면서 NEC 내부의 반발과 동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백악관 측은 아직 후임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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