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인공지능이 손잡는 공간…구글의 아트 & 컬처 랩

입력 2018-03-08 06:01   수정 2018-03-08 23:44

예술과 인공지능이 손잡는 공간…구글의 아트 & 컬처 랩

구글의 각종 문화프로젝트 산실…예술가와 엔지니어 협업으로 예술접근성 높여
로랑 가보 총괄 "한국서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 중…완성되는 대로 발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구글이 최근 온라인공간에 '해리 포터' 가상박물관(https://artsandculture.google.com/project/harry-potter-a-history-of-magic)을 구현했다.
영국 런던의 대영도서관(British Library)이 기획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전시 '해리 포터 : 마법의 책'이 끝나자마자 오픈한 온라인 박물관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JK 롤링의 개인 소장자료는 물론, 대영도서관에 실제로 전시됐던 마법사의 빗자루, 크리스털 공 등을 전시품을 세계 어느 곳에서나 360도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구글의 첨단 예술 프로젝트들의 아이디어가 모이고 실험이 진행되는 곳은 어디일까. 구글의 본사가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마운틴뷰?
답은 프랑스 파리다.
파리 9구의 고풍스러운 3층짜리 건물에 있는 구글 프랑스에 있는 '구글 아트 & 컬처 연구소'(Google Arts and Culture Lab·이하 '아트랩')는 차갑게 느껴지기 쉬운 IT 기술이 예술가들의 뜨거운 영감과 만나는 곳이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기계학습) 등 최첨단 IT 기술과 회화·사진·음악·문학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접목하는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이곳에선 7일 오전(현지시간) 구글의 새로운 문화프로젝트 세 개가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구글의 초청으로 연합뉴스가 국내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이 발표회에 참석해 예술가들과 엔지니어들의 '융합 정신'이 반짝이며 구글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빚어지는 과정을 들여다봤다.

◇예술가의 영감을 엔지니어가 신기술로 구현…예술경영자 출신이 총괄조정
아트랩을 이끄는 로랑 가보 총괄은 "우리 랩은 사람들을 모아서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현실로 가능해지도록 만들어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구글에 따르면 아트랩은 인공지능 기술이 문화예술 분야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온갖 실험을 감행하는 공간으로 요약된다.
이곳은 구글의 엔지니어들이 전 세계 70개국 1천500여 개의 문화기관과 함께 수십 명의 예술가를 상주시키면서 7년에 걸쳐 쌓아온 각종 프로젝트의 프로토타입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곳이다.
예술경영자 출신인 가보 총괄은 2013년 12월 구글이 아트 앤드 컬처 랩의 전신인 문화연구소(Cultural Institute)를 구글 프랑스에 설치할 때부터 합류해 실무를 책임지고 있다.
엔지니어들과 예술가들이라는 상이한 집단이 협업하는 공간을 책임지기에는 문화강국 프랑스의 예술경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안성맞춤이었다.
구글에 합류하기 전 베르사유궁의 홍보책임자로 일했던 그는 전에는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와 퐁피두센터, 유니버설뮤직 프랑스 등 문화산업계 전반에서 경력을 쌓았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어려울 법도 한 예술가들과 IT 엔지니어,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그의 리더십 아래에서 때로는 서로 충돌하기도 하면서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한다.
실제로 이날 구글이 '아트 팔레트'(Art Palette), '라이프 택'(Life Tags), '모마 툴'(MoMA tool) 등 세 개의 새로운 문화프로젝트를 공개하는 자리에는 구글의 엔지니어들은 물론 예술가들도 다수 참석해 직접 발표에 나섰다.
'구글 레지던시 아티스트'(artist in residence at Google Arts & Culture)라는 직함을 단 예술가들이 직접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맡아 자신의 분야가 첨단 IT 기술과 접목해 대중에게 더 가까이 가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구글이 이날 공개한 '라이프 택'을 한참 기자에게 설명한 것은 엔지니어가 아닌 아트랩과 계약한 작가 가엘 휴고(Gael Hugo)였다.
2009년부터 파리에서 시각예술작업실을 운영해온 그는 구글의 엔지니어들은 물론 2007년 폐간한 미국의 전설적인 사진 잡지 '라이프'(LIFE)의 사진 자료를 소유한 '라이프 픽처 컬렉션'의 질 고든 대표와 함께 라이프 택의 설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스위스 로잔의 ECAL 예술대와 뉴욕의 파슨스디자인스쿨 등에서 강의하고 자신의 시각예술 작업을 병행하면서도 라이프 택 외에 구글의 여러 개의 프로젝트에서 활동한다.
인공지능이 머신러닝을 통해 라이프의 사진자료들을 학습하는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오류가 발생하면 바로잡아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라이프 택은 구글의 첨단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이 라이프의 디지털 아카이브에 저장된 사진 400만 장의 자료를 분석해 자동으로 키워드(택)를 생성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순식간에 검색할 수 있도록 한 툴이다.
이 작업에 얼마나 걸렸느냐는 물음에 그는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고 있어서 구체적으로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9개월가량을 집중적으로 작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예술가들을 그때그때 필요에 맞게 참여시키는 구글의 유연한 파트너십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구글은 이날 언론에 공개한 아트 팔레트, 라이프 택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몇 개 기자들에게 선보였다.
그중 하나는 단어 한 개를 입력하면 구글의 인공지능(AI)이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학습한 결과를 바탕으로 두 줄의 짧은 시를 지어주고, 사용자를 찍은 인물사진과 함께 인쇄해주는 '포우임포트레잇'(Poemportraits)였다.
이 소품은 런던올림픽 폐막식과 비욘세·U2·카니예 웨스트 등 스타들의 무대 작업에 참여한 영국의 연출가 에스 델빈(Es Delvin)과 구글이 협업해 작년 여름 런던의 한 갤러리가 주최한 파티에서 선보인 바 있다.
기자가 'art'라는 단어를 입력하자 몇 초 뒤 하이쿠를 연상시키는 짤막한 선문답풍의 시가 기자의 얼굴 사진에 덧입혀진 단어 이미지들과 함께 출력돼 나왔다.
구글의 인공지능이 지어준 시의 내용은 이렇다.
"Our art is gone / This energy of birds and fountains borne"
(우리의 예술은 사라지고 / 새와 분수의 에너지가 도래했네)
알 듯 말 듯한 내용이지만 "우리의 예술"은 기술과 만나기 전의 오래전 예술을, "새와 분수"는 신기술과 결합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예술을 뜻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기상전시공간 6천 개 구축…"예술, 실제로 경험하려는 욕구도 비례해서 커져"
구글 아트랩은 이처럼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지만,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앞서 언급한 해리 포터 온라인 전시관과 같은 가상박물관 포맷이다.
전 세계 6천 개 이상의 미술관·박물관을 실제로 방문해서 관람하는 것처럼 온라인에 구축해 문화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빈센트 반고흐의 침실에서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의 감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컨셉의 가상세계를 실제 가보는 것과 유사한 환경에서 체험할 수 있다.
여기에다 그림의 종이 질감까지도 살려낼 만큼 초고해상도(기가픽셀)로 촬영하는 '아트 카메라'를 통해 미술관람의 질적인 측면도 크게 끌어올렸다. 이렇게 찍어서 디지털 자료화한 초고화질의 그림만 5천 장이 넘는다. 박수근 화백의 그림들도 여기 포함됐다.
구글에 따르면 매달 구글 검색에서 예술 분야 키워드 검색 건수는 월평균 5억 건을 상회한다. 이런 네티즌의 문화예술에 대한 높은 관심에 착안해 다양한 온라인 전시공간을 꾸몄지만, 구글의 가상기술로 인해 실제로 미술관 등 전시공간에 가려는 대중의 욕구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은 항상 있었다.
이에 대해 가보 총괄은 "나도 미술관에서 근무해 본 적이 있어 잘 안다. 실상은 정반대다. 가상미술관 체험을 하면 실제로 예술작품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예술에 대한 정보와 스토리를 더 많이 제공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미술관·박물관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잘만 활용하면 예술감상과 교육에서 획기적인 툴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구글 아트랩 구성원들에게서 팽팽하게 느껴졌다.
구글은 한국의 전시공간들과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미 작년 7월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프랑스·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프라인 전시공간을 공동기획한 바 있는 구글은 조만간 한국과 협업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추가로 공개할 계획이다.
가보 총괄은 이미 한국에도 여러 차례 다녀갔다. 베르사유궁에 근무했던 경험 덕분에 한국의 궁중문화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는 "이미 한국에서 매우 아름다운 파트너십을 진행했다. 지금도 한국 측과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하고 있는데 아직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 마무리되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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