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컬링로봇 '컬리' 사람과 첫 대결서 졌지만 가능성 확인(종합)

입력 2018-03-08 16:17   수정 2018-03-08 21:05

AI 컬링로봇 '컬리' 사람과 첫 대결서 졌지만 가능성 확인(종합)

과기정통부, 8일 컬링 로봇 공개…고등부팀과 2엔드 경기서 0:3 패
하반기에 스위핑 로봇 추가 개발…컬링 선수 훈련에 활용 예정

(이천=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경기 이천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동. 이곳에선 사람과 로봇 간 컬링 대결이 펼쳐졌다.
2m20㎝의 큰 키를 자랑하는 로봇이 긴 목을 빼더니, 머리에 달린 카메라로 경기장 상태를 확인했다. 잠시 뒤 경기장 반대편에 있던 다른 로봇이 이 정보를 받았다는 듯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은 몸을 낮추더니, 빙판 위로 스톤을 밀어 정확히 하우스로 보냈다.
로봇팀의 상대로는 춘천기계공고 소속 강원도 고등부팀이 나섰다. 고등부팀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하우스 안 로봇팀의 스톤을 다시 밀어냈다.
서로의 스톤을 밀고 쳐내는 2엔드 경기 끝에, 결국 사람 팀이 로봇팀에 3대 0으로 승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오후 '인공지능 컬링 로봇 경기 시연회'를 열고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컬링 로봇을 선보였다.

로봇의 이름은 '컬리'.
작년 4월부터 고려대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엔티(NT)로봇 등 8개 기관 연구원 60여 명이 진행한 연구 결과로 탄생했다.
공식 경기에서는 로봇이 사람에게 패했지만, 이날 오전 열린 사전 시연에서는 로봇팀이 1대 0으로 승리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경기를 치른 강원도 고등부팀의 한 선수는 "오전 경기에서 진 뒤 오후 경기에서 감을 잡았다"며 "컬리가 전략을 잘 짜는 것 같고, 스킬이 생각보다 다양해서 사실 좀 당황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컬리의 머리 부분에는 스톤 투구 전략을 수립하는 소프트웨어(SW)인 '컬브레인'(CurlBrain)이 탑재돼 있다. 로봇은 이 SW를 이용해 스스로 경기전략을 수립하고 빙판 위에서 최대 2시간 30분간 바퀴로 달릴 수 있다.
이성환 고려대 뇌공학과 교수는 "빙판 위에서 스톤이 위치할 경우의 수와 스톤 충돌, 빙질 변화 등을 고려해 전략을 수립해야 하므로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 보다 고려해야 할 기술적 요소가 많다"고 밝혔다.

컬리는 현재까지 1천321회의 국제컬링경기와 16만 개의 투구샷 데이터를 학습했다.
그 결과 원하는 위치에 스톤을 놓는 드로우(Draw)의 성공률은 65%를 넘고, 상대 팀의 스톤을 쳐내는 테이크아웃(Take-out) 성공률은 80%에 이르는 실력을 갖추게 됐다.
아울러 연구진은 컬리가 빙판 위를 주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미끄럼 방지 기술도 적용했다. 그 결과 컬리는 최대 속도 3.5m/s로 이동할 수 있으며, 0.01m/s 단위로 속도를 제어할 수 있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가을 빙판을 빗자루 같은 브룸으로 닦는 스위핑 로봇을 추가로 개발, 이 로봇들을 실제 컬링 선수들의 훈련에 활용할 예정이다.
양환정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컬리에는 인공지능 및 로봇공학 등의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최첨단 기술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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