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차이콥스키 지운 아일랜드 무용극 '백조의 호수'

왕자와 차이콥스키 지운 아일랜드 무용극 '백조의 호수'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고전발레의 대명사 '백조의 호수'는 백조와 흑조 사이에서 갈등하던 왕자가 백조를 마법에서 구해주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따른다.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차이콥스키 음악에 맞춰 순백색 튀튀(발레 치마)를 입은 발레리나들이 한 몸처럼 날갯짓하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오는 3월 29~3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서 공연되는 아일랜드 무용극 '백조의 호수'에는 차이콥스키도, 동화 속 왕자도 없다.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마이클 키간-돌란의 이 작품에서 정신질환과 사회적 고립, 음흉한 정치인들, 부패한 성직자로 가득 찬 아일랜드의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직업도, 희망도 없이 홀어머니와 살아가는 36살의 '지미'가 주인공이다.
그는 정부의 주택 공영화 정책으로 집까지 잃게 되자 호수에서 총으로 자살하려고 하지만 그의 눈앞에 마을의 성직자가 내린 저주로 인해 백조가 된 '피놀라'와 그녀의 동생들이 나타나며 이야기는 새 국면을 맞는다.
전체적 이야기 구조는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와 유사하나 저주를 받아 백조가 된 네 자매 이야기는 아일랜드 전설 '리어의 아이들'에서 가져왔다.
주인공 '지미'의 캐릭터는 2000년 아일랜드를 떠들썩하게 했던 '존 카티 사건'(존 카티는 정부의 주택 철거 계획에 반발해 무장한 채 경찰과 대치하다 사살당함)을 토대로 했다.



아일랜드 일간지 아이리시 타임즈(The Irish Times)는 이 작품에 대해 "어둠 속의 유머, 폐허 속의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했다.
3인조 아이랜드 밴드 '슬로우 무빙 클라우드'의 라이브 연주가 펼쳐지는 가운데 아일랜드의 유명 영화배우 마이클 머피가 성직자, 정치인, 경찰 등 1인 5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무용수 8명은 지미와 백조 피놀라 등을 맡아 연기와 춤을 선보인다. 고전발레와는 거리가 먼 인상적인 움직임을 선보인다.
공연 말미에 모든 무용수가 백조 깃털을 날리며 춤추는 장면이 이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4만~8만원. ☎02-2005-0114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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