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일본인 사회 등 반대에도 교회 공간 내줘…"책임지지 않는 일본정부 문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여태껏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시드니에 '소녀상'을 세운 것입니다. 반대 목소리도 컸지만 피해 여성들을 위해 옳은 일을 한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알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호주에 설치하도록 도운 시드니 애시필드 연합교회 빌 크루스(74) 목사는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날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 참석차 한국을 처음 방문한 크루스 목사는 "소녀상의 원조가 있는 서울에 왔다는 게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흘 전인 5일 방한한 크루스 목사는 7일 서울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God Bless!'(축복이 있기를)라는 메모도 남겼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의와 관련 "피해 할머니의 생생한 증언을 들은 것은 이번 회의가 처음"이라며 "백발이 성성한 나이에도 70여 년이 지난 일을 잊지 못하고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마음이 아팠다"며 안타까워했다.
시드니 소녀상 건립의 일등 공신인 그가 소녀상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건 2015년이었다. 해외 출장 중이던 그는 한인 사회 등이 역 앞 광장에 소녀상을 세우려 했으나 지역 의회에서 무산됐다는 내용을 접했다.
크루스 목사는 "당시 신문을 보고 화가 나서 소녀상을 우리 교회 앞에 세우고 싶었다"면서 "신문사에 전화해 소녀상을 세우려는 단체를 찾기까지 6개월이나 걸렸지만, 이후에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고 떠올렸다.
현지 교민 등이 주축이 된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와 뜻을 함께한 크루스 목사는 교회 앞 공간을 소녀상에 기꺼이 내줬다. 미국, 캐나다 등에 이어 해외에서 4번째로 들어선 소녀상이었다.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애시필드 연합교회 앞에 소녀상이 자리한다는 소식에 현지 일본인 사회 등은 이메일, 반대 서한 등을 끊임없이 보냈고 시의회나 교단 지도자 등에게 압력을 넣기도 했다.
크루스 목사는 "몇몇 사람들은 '그 여성들은 돈을 받은 매춘녀다.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소녀상을 세우는 일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믿었다"면서 "시드니에 온 많은 이들이 소녀상을 보고 울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는 일본인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여성들이 함께 연대하고 움직인다면 정치가들도 따라올 것이고 한 걸음씩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노숙자와 가출 청소년 등 사회 취약계층을 돕는 '엑소더스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는 인권 운동가이기도 한 그는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뒤 9일 호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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