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우리가 희생양" 격앙…곳곳서 선거구 축소 놓고 갈등

입력 2018-03-08 16:26  

"왜 하필 우리가 희생양" 격앙…곳곳서 선거구 축소 놓고 갈등
일부 농촌 지역 "의석수 줄어 대표성 훼손"…철회 촉구 목소리

(전국종합=연합뉴스) 6·13 지방선거에서 시·군의원 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지역의 반발 여론이 거세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수 등으로 결정한 선거구획정안에 대한 위헌소송마저 제기할 움직임을 보인다.



순창군, 부안군, 군산시, 김제시 등 전북 4개 시·군 기초의원과 주민은 지난 7일 4개 시·군의원수를 줄이는 전북도 시·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안에 대해 '농촌 대표성을 무시한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도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전주시의원을 34명에서 38명으로 4명 늘리면서 이들 지역에서 1명씩 총 4명을 줄이는 획정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순창군 등 4개 시·군 기초의원과 주민은 "지역사회 공론화 과정 없이 짧은 시간에 졸속으로 진행됐다"며 현행 정수 유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4개 시·군의원 모두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혀 이들 지역의 지방선거가 파행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4개 시·군 중 부안군의회는 8일 별도 성명을 내고 "이번 시안은 농어촌 주민 대표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주민과 후보자 참정권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지방의회 역량 제고로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지방분권을 헌법에 담으려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군의회는 이어 "지역 몫을 빼앗고 근시안적이고 편파적 획정 시안을 마련한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즉각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울산 동구의원정수축소반대주민대책위원회도 지난 7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구의원 1명을 줄인 최종 획정안에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그동안 동구의 의원 정수 축소를 필사적으로 반대했지만, 울산선거구획정위는 이를 묵살하고 동구의 기초의원 수를 1명 감소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동구의 인구가 17만 명이나 되는데, 이보다 적은 부산·대구 일부 기초자치단체 의원 정수와 동일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획정안 부결을 촉구했다.


광주에서는 광주시 자치구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동구 의석수를 1석 감축하고 광산을 1석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자 동구가 "왜 하필 우리 지역을 희생양으로 삼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인구수를 반영하지 못한 기형적인 선거구 획정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기초의회 선거구에서 3∼4인 선거구가 대폭 늘어나는 내용을 담은 부산시 구·군의회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잠정안을 놓고 이해 당사자 간에 대립 양상을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강경한 반대 입장이지만 민주당과 군소 정당은 원칙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한 선거구에서 2인을 뽑는 2인 선거구를 52곳에서 29곳으로 축소하고 3인 선거구 18곳을 25곳으로 확대, 4인 선거구 6곳 신설 등을 뼈대로 하는 획정안을 최근 마련해 각 정당, 일선 구·군을 상대로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잠정안에 대해 한국당 부산시당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성명에서 "획정위가 마련한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안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신설된 4인 선거구 6곳은 시의원 선거구와 동일해 시의원과 구의원의 대표성에 차이가 없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4인 선거구 신설이 지역 상황과 생활권 등이 고려된 것인지, 아니면 단순 탁상행정에 불과한 것인지 의아함을 감출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원칙적인 입장에서 이번 잠정안에 찬성하면서도 "지역별로 의견이 다를 수 있어 의견을 수렴해 정리된 입장을 획정위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3∼4인 선거구 확대를 주장해온 민중당 부산시당은 "획정위의 잠정안을 환영하고 적극 지지한다"며 부산시의회가 원안대로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잠정안을 담은 조례안이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원안대로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당이 잠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자 정치개혁부산행동은 8일 오전 부산시의회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시의회는 3, 4인 선거구 축소 기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부산행동은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16일까지 원안가결 촉구 1인 시위를 벌이는 한편 13일 오전 부산시민대회를 열어 선거구획정안 원안 가결을 요구할 계획이다.
강원도 원주 인구수는 춘천보다 6만명이나 많은데 기초의원 정수는 단 1명 차이여서 증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국회의원(강원 원주 을)은 지난 6일 인구증가율을 반영한 합리적인 선거구획정을 강원도 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에 요구하기도 했다.
올해 2월 기준 원주 인구수는 34만5천76명으로 춘천 28만4천769명보다 6만명 이상 많다.
그러나 기초의원 정수는 원주 22명, 춘천 21명으로 1명 차이다.
인구 21만 2천214명의 강릉과 비교해도 춘천은 인구수 7만명 차이로 기초의원 정수가 강릉 18명보다 3명 많다.
송 의원은 "이는 대의민주주의 원칙과 표의 등가성 강화 요구에도 맞지 않는다"며 "인구증가율을 고려해도 원주시의원 정수 증원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각 지역 획정위는 이러한 잠정안에 대해 원내·원외 정당, 시·군의회, 시장·군수 등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 주께 선거구획정 최종안을 마련, 광역단체장에게 제출할 계획이다.
이어 광역단체장은 최종안을 반영한 '시·군의회 의원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를 도의회에 제출하고 광역의회는 이 조례를 심의·의결한다.
ic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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