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일본에선 잘 안 터져 나온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 심지어 중국에서도 미투가 확산하고 있으나 일본 만은 유달리 미지근하다.
이런 일본에서 일본에서 '위투'(#WeToo·우리도 행동한다) 운동이 시작됐다.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일본의 유력매체인 아사히신문은 세계적인 미투 운동을 소개하면서 최근 도쿄도(東京都)에서 임의단체인 '위투재팬'(#WeToo Japan) 발족식이 열렸다고 전했다.
발족식은 이달 3일 열렸다. 당일 행사에는 전 TBS 기자한테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伊藤詩織) 씨도 참가했다. 이토 씨는 지난달 한국에서 방영된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됐다.
지난해 이토 씨를 지지하는 서명운동이 전개됐고, 미디어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여성들의 모임이 활발해지면서 위투재팬 발족으로 이어졌다.
이토 씨는 발족식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자"고 강조했다.
위투재팬에는 개인과 단체를 중심으로 경제인, 대학 교직원 등이 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신의 피해사실을 용기 있게 드러내고 외부로 알린 사람들을 지지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논의를 거듭해왔다.
앞으로 이에 공감하는 기업과 단체에 이른바 '행동선언'을 공표토록 해 성폭력을 포함해 다양한 괴롭힘을 불허하는 사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성의 지위향상을 목표로 하는 유엔여성(UN Women)의 가토 미와(加藤美和) 아시아태평양지역사무소장은 "모두 함께 연결돼 사회를 바꿔나가자"고 말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실제 일본에선 한국보다 미투 운동이 사회적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명 블로거이자 작가인 하추(본명 이토 하루카·伊藤春香)가 작년말 피해를 호소한 걸 계기로 이전보다는 관심이 커졌다.
하추는 지난해 12월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일본 최대 광고사인 덴쓰(電通) 재직시절 선배사원으로부터 심야에 자택으로 호출당했다는 등의 피해를 공개했다.
정치분야의 아이돌 논객으로 불리며 활동하는 게이오(慶應)대 마치다 아야카(町田彩夏·22)도 트위터에 입사 시험 때 "여자를 무기로 하고 있느냐"라는 등의 얘기를 들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성폭행과 성추행은 "노출이 많은 옷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오히려 피해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결코 피해자의 책임이 아니며 지인과 가족 등으로부터의 피해도 많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선 정치 분야에서 여성 참여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여성 참정권이 인정된 전후(戰後·2차대전 패전후), 임기 중 출산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의회 의원과 시구(市區) 의회 의원이 120~130명 정도에 그쳤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총무성에 따르면 전후 지방선거로 당선된 여성은 총 2만1천 명으로 이중 초손(町村) 의원을 제외하면 약 1만4천 명이 된다.
의원은 출산휴가, 육아휴가를 규정한 법률 대상 밖이어서 출산 적령기 여성에게는 벽이 높은 것이다.
남성이 아닌 여성 중의원 의원이 처음으로 여성 총리에 도전한다는 내용의 소설인 '총리의 남편'(2013)의 저자 하라다 마하 씨는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이라는 점이 정치적 마이너리티라고 써야 하는 상황 자체가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라다 씨는 "그 기묘함을 인정하지 않는 정계라면 나도 그 정계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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