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아이스하키 골리 유만균 "제가 튀면 안 돼요"

입력 2018-03-08 18:47   수정 2018-03-09 09:27

장애인 아이스하키 골리 유만균 "제가 튀면 안 돼요"



(강릉=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리(골키퍼) 유만균(44)은 춘천고 재학 시절 포수로 이름을 날린 전도유망한 야구 선수였다.
하지만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 3학년 때 사고로 다리에 장애를 입으면서 야구 선수의 꿈을 접었다.
타고난 운동 신경으로 휠체어 농구를 하던 유만균은 32세가 되던 해 아이스슬레지하키(장애인을 위한 썰매 아이스하키)에 입문했다.
이후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국제무대에서 맹활약한 유만균은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로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도 출전한다.
8일 강릉하키센터에서 만난 유만균은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고 골리를 맡으면서 '내가 잘못해서 동료들한테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운동에 매진했다"고 돌아봤다.
유만균은 실전에서 침착한 플레이를 하기로 유명하다. 시속 100㎞를 넘는 강력한 퍽이 쉴 새 없이 날아들 때도 민첩하면서도 차분하게 이를 막아낸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이런 그를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9명 중 한 명으로 꼽았다.
하지만 유만균은 골리인 자신이 주목받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평창올림픽에서는 (각각 남녀 대표팀 골리인) 맷 달튼과 신소정이 너무 튀었잖아요. 골리가 주목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밀리는 경기라는 의미고, 그런 경기는 어쩔 수 없이 지게 돼요."
그는 "긴장되고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런 이유에서 이번 대회에서는 가급적이면 나한테 시선이 안 오는 게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의 남녀 아이스하키는 세계 정상권과 거리가 있지만, 장애인 남자 아이스하키는 세계랭킹 3위로 이미 메달권에 속해 있다.
유만균은 "미국, 캐나다는 오리지널 강호지만 그 바로 밑에 우리가 있다"며 "좋은 기운만 받으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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