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부분파업에 530만명 동참…열차 300편 운행 취소
여성단체들은 "가사를 내려놓으라"…아파트 발코니에 앞치마 내걸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스페인 양대 노동단체 조합원들이 남녀 차별 철폐와 여성권익 향상을 내걸고 동맹파업을 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이날 양대노조인 CCOO와 UGT가 선언한 2시간의 부분 파업에는 전국에서 노동자 530만 명이 동참했다.
파업의 슬로건은 "우리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였다.
미디어, 운송, 의료업 등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물론, 뜻을 함께 하는 남성들도 파업에 가세했다. 일부 노조들은 이날 24시간 파업을 결의했다.
철도 근로자들도 파업에 동참, 이날 하루 300편 가량의 열차 운행이 취소됐다.
전 세계에서 여성의 날을 맞아 집회와 문화행사가 기획됐지만 이처럼 노동자들이 대규모 파업인 국가는 스페인이 유일하다고 엘파이스는 전했다.
이 신문이 긴급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2%는 노조들의 여성권익 향상을 위한 파업이 정당하다고 답했다.
파업 외에도 스페인 전역에서는 남녀 차별과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규탄하는 집회와 기습시위가 120건가량 진행됐다.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수백 명의 여성이 중앙광장에 모여 직장 내 성차별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고, 제2 도시인 바르셀로나 도심에서는 여성들이 대대적인 성별 반대 집회를 열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시위로 도심 교통이 마비되자 진압경찰이 강제로 해산에 나서기도 했다.
스페인 여성단체들은 여성들에게 이날 가사를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곳곳에서는 아파트 발코니에 앞치마가 내걸리는가 하면, 남성 조각상 등 조형물은 앞치마를 입히고 빗자루를 쥐게 한 기습시위도 진행됐다.
스페인의 유명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도 이날 원래 계획했던 일들을 모두 취소하고 가사 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크루즈는 남편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에게 두 자녀의 양육을 이날 전적으로 일임했다고 한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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