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지난 반세기에 걸쳐 신경과학 분야에서 뇌 과학자들 사이에 가장 논란이 되어온 것 중 하나는 인간의 뇌가 뇌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 내느냐의 여부다.
또 하나는 뇌의 태생적 재생 능력을 강화하면 뇌를 다시 젊어지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에서는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이 13세에 끝나고 그 이후에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재생의학·줄기세포연구소의 아르투로 알바레스-부이야 박사 연구팀은 사망자와 뇌수술을 받은 사람의 뇌 조직 중 해마에서 채취한 59개 샘플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미국의 CNN 뉴스 인터넷판과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8일 보도했다.
해마 샘플 소유자의 연령은 초기 태아에서 성년기(adulthood) 전체에까지 걸쳐 있었다.
임신 14주 태아의 해마 샘플에서는 신경 전구세포와 기억 형성에 중요한 부위로 알려진 치아이랑(dentate gyrus)으로 이동하는 미성숙 신경세포들이 풍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임신 22주 태아의 해마 샘플에서는 이러한 미성숙 신경세포의 이동이 줄어들었다.
생후 1년 된 아이의 치아이랑에서는 신생 신경세포의 수가 신생아보다 5배나 적었다.
신생 신경세포의 수는 이후 계속 줄어 7세에는 생후 1년보다 23배나 적었다.
그 후부터 13세까지 신생 신경세포의 수는 다시 5배나 줄어들었다. 신생 신경세포는 치아이랑 조직 1㎟당 약 2.4개에 불과했다.
17세의 해마 조직 샘플에서는 신생 신경세포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이는 13세 이후에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알바레스-부이야 박사는 자문했다.
만약 성년기의 뇌에 줄기세포가 조금 남아있어 이를 재활성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을 때 과연 이것이 뇌의 가소성(plasticity)과 질병에 의한 신경세포의 손상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새로운 신경세포(신경원)는 전구세포, 즉 줄기세포에 의해 만들어진다. 신생아의 신경세포는 성숙한 신경세포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다른 신경세포와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데 뛰어나다.
해마에서는 성년기 내내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된다고 대부분의 과학자는 믿고 있다.
해마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얼마만큼 만들어지느냐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가 없다. 일부 과학자들은 매일 수백 개의 신경세포가 새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아동기가 지나면 그 수는 아주 적어진다고 믿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 새로운 연구결과에 대해 컬럼비아대학 의대 정신과 전문의 레네 헨 박사는 "도발적"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전에 발표된 일부 연구결과를 보면 성년기의 뇌에도 최소한 얼마간의 신생 신경세포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사후와 뇌수술 후 채취한 인간의 뇌 조직은 온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그 속에 있는 신생 신경세포의 수를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최신호(3월 7일 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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