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맞아…비올라 데스몬드, 극장 백인 객석 이석 거부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 10달러 신권의 초상 인물로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가 처음 선정됐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은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비올라 데스몬드를 10달러 신권 초상 인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데스몬드는 지난 1946년 11월 8일 노바스코샤 주의 한 극장에서 백인 전용 객석에 앉은 채 이석 요구를 거부, 캐나다 최초로 흑인 인권 운동을 실천한 인물이다.
당시 그의 행위는 미국 흑인 여성 인권운동의 시발로 평가되는 로자 파크스가 앨라배마 주 버스의 흑백 차별 객석을 거부한 기록보다 10년 앞선 것이었으나 실제 캐나다 역사에서 적극적 평가를 받지 못했다.
캐나다은행의 러셀 그로스 이사는 이날 노바스코샤 주 흑인문화센터에서 열린 신권 발표회에서 데스몬드의 초상 선정을 공개하고 "아프리카-캐나다 사회의 오랜 숙원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의 행동은 인종 차별이 만연하던 노바스코샤에서 빛나는 불복종 운동이었다고 그로스 이사는 평가했다.
데스몬드의 인권 운동은 지난 50여 년간 빛을 보지 못하다 최근 들어 우표 초상으로 등장하고 핼리팩스 지역 페리 선박 명으로 지정되는 등 새롭게 주목을 받아 왔다.
또 그는 토론토의 공원 이름으로 거론되는가 하면 몬트리올과 핼리팩스에 그의 이름을 딴 거리도 곧 등장할 예정이다.
한 문화학자는 캐나다 국민이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에 대해서는 잘 알면서도 캐나다에 노예와 차별의 역사가 존재했다는 사실에는 어둡다며 "미국의 마틴 루서 킹이나 로자 파크스에 앞서 우리에게는 로자 데스몬드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캐나다 지폐 초상에 그가 새겨지면 캐나다 인권 운동사에 대한 인식을 널리 바꾸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스몬드는 자신이 만든 화장품을 주내 곳곳을 돌며 방문 판매하던 미용 사업가였다.
당시 핼리팩스를 여행 하던 중 자동차가 고장나 하룻밤을 머물게 됐고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가 1층의 백인 전용석에 앉게 됐다.
근시였던 그는 흑인석을 2층으로 지정한 안내문을 미처 읽지 못하고 백인석에 앉았으나 자리를 옮기라는 직원의 요구를 거부했다.
결국 그는 출동한 경찰에 끌려 나와 체포됐고 12시간 구류와 함께 벌금형을 받았다.
그의 한 친지는 이날 "그는 홀로 용기를 실천했다"며 "그 이후로 흑인 인권 운동이 이어지지 않았던 만큼 시대를 앞선 선각자였다"고 평가했다.
앞서 캐나다은행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10달러 신권에 올릴 역사적 여성 인물을 공모해 왔다.
그의 초상이 인쇄된 10달러 지폐는 올해 말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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