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한반도와 분단경험을 공유하는 독일 주류 언론은 9일 북한과 미국의 첫 정상회담 개최 예정 소식을 다루며 이것의 국제정치적, 역사적 의미를 한껏 강조하면서도 한국과 미국의 발표에서 발견되는 미묘한 차이에도 주목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공영 국제방송 도이체벨레(DW)는 이날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날 태세' 제하 기사에서 "두 사람은 처음에는 서로에게 '늙다리', '로켓맨'이라고 하는 등 말(言) 전쟁을 했지만 이젠 얼음을 깨고 서로 손을 내밀고자 한다"고 썼다.
DW는 다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의사를 받아들였고 회담은 "5월까지" 있을 거라고 전했으나, 직후 브리핑에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회담의 장소와 시간은 다음에 결정돼야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DW는 이에 앞서 최근 한반도 긴장완화 흐름을 분석하는 사설에서 "독일의 역사가 이미 증명한 '접근을 통한 변화'가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라고 쓴 바 있다. 접근을 통한 변화는 동·서독 분단 시절 긴장완화 정책인 이른바 동방정책을 펼친 빌리 브란트 전 총리가 전략가 에곤 바와 함께 가장 강조한 정책의 목표를 일컫는다.
유명 일간 디벨트 역시 "미국과 북한 사이 핵 갈등에서의 스펙타클한 전환점"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한 뒤 정의용 실장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5월까지로 특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와 김정은이 "여름 전에" 만날 의향이 있다고 서술했다.
이 매체는 나아가 북핵 문제 해결이 얼마나 지난한 의제인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북핵 문제는 군사적으로 풀어선 안 된다고 간주된다"고 전제하면서도 "외교적 해법은 많은 당사국이 관여돼 있어서 극도로 복잡하다"고 지적하고 중국과 러시아도 직간접적으로 뒤엉켜 있다고 덧붙였다.
대중지 빌트는 "한반도 갈등에서의 센세이션, 독재자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를 회담에 초청했고 미 대통령(트럼프)이 이에 응했다"고 전하면서 정의용 실장이 회담 개최 시기를 늦어도 "5월까지"로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빌트는 그러면서 북한이 핵, 미사일 실험을 임시 중단하겠다고 했다는 정 실장의 설명을 보탰으나, 백악관의 부연으로는 "정확한 약속 시기와 회담 장소는 앞으로 결정돼야 한다"라는 것이었다고 적었다.
빌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개최 시 이 회담에서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비핵화가 합의되길 바란다고 백악관이 전했음을 옮겼다.
아울러 유력 주간 슈피겔 온라인과 쥐트도이체차이퉁 등도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소식을 급하게 전하면서 "하나의 역사적인 회합이 될 것이다"라는 등의 평가를 하거나 북핵 갈등 연보를 첨부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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