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도시 포항 미국 관세폭탄에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한숨

입력 2018-03-09 14:52  

철강도시 포항 미국 관세폭탄에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한숨
수출 비중 큰 중소업체 타격 불가피…생산설비 미국 이전 검토
지진 이은 악재로 경제 '휘청'…포항시·업계 대책 마련에 골몰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수출하지 말라고 관세를 매기는데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철강에 25% 관세 부과를 강행하자 철강 도시 경북 포항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철강업체는 9일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수출길이 막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포스코는 이미 수출 다변화 등으로 당장은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에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 철강업체는 정부 대책을 지켜보며 중장기 대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포항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대제철과 비교적 규모가 적은 동국제강, 세아제강, 넥스틸 5개 업체의 대미 수출이 연간 220만t에 이른다.
이 가운데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곳은 원유와 셰일가스에 쓰이는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생산업체다.
미국에 연간 50만t의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제품을 수출하는 세아제강은 현재 2.3∼6.66%의 관세에 25% 관세가 추가되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한다.
미국 현지에 연산 15만t의 파이프·후처리 공장을 설립했으나 규모가 영세해 당장 대안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업체의 미국 수출 비중은 71%에 이른다.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37만여t을 미국에 수출하는 넥스틸도 사정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현재 유정용 강관에 부과된 46%에 25%가 추가되면 70%의 관세 폭탄을 맞게 된다.
홍성만 넥스틸 전무는 "당장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대미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국내 생산설비를 미국 현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철강공단 관계자는 "두 업체는 대미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해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사실상 수출길이 막혀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업체는 당장은 충격이 덜하나 장기적으로는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시장 다변화로 미국 수출 비중이 1% 정도인 데다 냉연과 열연 제품에 이미 60% 이상 고율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당장은 큰 타격이 없을 전망이다..
다만 국내 중소업체 대부분이 포스코에서 원료를 구매하기 때문에 이 업체들이 어려우면 간접적인 영향은 있을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한다.
김대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홍보팀장은 "고율 관세를 피할 수 없으면 미국 법인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예외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유정용 강관을 생산하는 울산공장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나 포항공장은 중동이나 동남아로 수출하는 건설용 자재 형강제품을 주로 생산해 당장은 없을 것으로 본다.




포항시도 비상이 걸렸다. 경제를 받치고 있는 철강업체들이 어려워지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업계와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앞으로 포항 업체가 미국 이전을 본격화하면 인력 감축 등으로 일자리 창출에 역효과가 나 연이은 지진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는 더 위축할 것으로 우려한다.
시는 미국이 관세 폭탄을 예고한 지난달 말 포항상공회의소, 철강관리공단, 철강업체와 간담회를 하고 앞으로 관련 동향을 공유해 대응하기로 했다.
포항상의도 광양·당진 등 다른 지역 경제단체와 공동 대응을 논의하고 정부에 수출 철강업체 지원을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진에 철강 관세폭탄 악재가 겹쳐 이대로 가면 포항 경제가 다 죽을 수 있다"며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현명하게 해결하기를 기대하며 최악에는 철강산업 지원 등으로 업체 숨통을 틔우는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hl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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