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가 '인기 수필가' 창원지법 박희우 사무관…'자넨 언제 판사하나' 발간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정년퇴직을 앞둔 법원 공무원이 수필집을 냈다.
작가는 창원지방법원에서 근무하다 퇴임을 앞두고 공로연수 중인 박희우(60) 사무관.
오는 6월 법원을 떠나는 그는 지난달 말 '자넨 언제 판사하나'란 제목의 수필집을 내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30년 동안 법원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쓴 1천 편이 넘는 수필 중 80편을 추렸다.
박 사무관은 7남매 가운데 여섯째다.
위로 형제 4명이 있다.
"큰 형님은 입대 후 돈을 벌겠다며 베트남전에 참전했어요. 동생들은 꼭 중학교에 보내라는 말을 남기고…, 둘째 형은 열일곱 살 때부터 남의 집 머슴을 살았습니다. 셋째 형은 저를 포함한 두 동생에게 '너희는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말과 함께 원양어선을 타러 떠났습니다."
형들 뒷바라지 덕분에 그는 창원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했고 1988년 법원 서기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는 "시골에 계셨던 큰 형님은 제가 언젠가 승진해 판사가 될 줄 알고 '자네 언제 판사 되나'라고 묻곤 하셨다"며 "저를 아껴주고 자랑스러워 한 큰형에 대한 고마움에 표시하고자 책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가족 이야기 외에 30년간 법원에서 근무하며 목격하고 겪은 세상사를 글로 엮어냈다.
법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판사, 이혼으로 가정에 위기가 찾아온 부부, 빚에서 해방되려는 채무자, 격무와 민원처리로 바쁜 하루를 보내는 법원 직원 등이 소재다.
박 사무관이 책을 펴낸 계기는 특별하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첫 수필집을 발간했지만, 그는 법원 내부에선 오래전부터 인기 작가였다.
2002년 첫 수필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리기 시작해 지난 15년 동안 쓴 수필이 1천 편이 넘는다.
주로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썼다.
"재능은 없는데 대학생 때부터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다"며 "새벽 5시쯤 일어나 2∼3시간 걸려 수필 한 편을 완성하고 출근 후 일과를 시작하는 9시 전에 코트넷에 수필을 등록했다."
그가 쓴 글을 보고 많은 법원 가족들이 공감하고 맞장구를 쳤다.
박 사무관이 코트넷에 올린 글을 보려고 출근한다고 말하는 직원이 있을 정도였다.
그가 법원을 떠난다는 소식을 접한 전국의 법원 공무원들은 "이제는 우리가 선물해야 한다"며 지난해 12월 '박희우 작가 만들기 프로젝트'를 자발적으로 추진했다.
권순일 대법관부터 속기사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 근무하는 법원 가족 250여 명이 출판에 필요한 돈을 보내왔다.
이렇게 해서 수필집 1천 권을 찍었다.
"그간 올린 글들을 읽어주고 책을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법원 가족들께 거듭 감사인사를 드린다."
인세 수입은 대한민국법원 직원들로 구성된 국제봉사단 '희망여행'에 전달하기로 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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