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혈용품 부작용 논란 환자 "수술 기록지 내용 달라져"

입력 2018-03-11 08:30  

지혈용품 부작용 논란 환자 "수술 기록지 내용 달라져"
진단명·기록지 작성자 등 3곳 변경…환자는 '깜깜'
병원측 "기록지 변경 환자에게 알릴 법적 의무 없어"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지난해 지혈용품 부작용으로 추정되는 피해로 재수술을 받은 감상샘암 환자의 수술 기록지 내용이 변경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0월 감상샘암 재수술을 받은 A 씨는 한 달 뒤 수술 기록지를 재차 발급받은 뒤 깜짝 놀랐다.
퇴원할 때 발급받은 수술 기록지와 내용이 달라져 있어서다.
A 씨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 지난해 9월 수술 때 체내에 삽입한 지혈용품이 몸속에서 녹지 않아 재수술을 받는 피해를 입었다.
A 씨 외에도 이 병원 환자 25명이 같은 피해를 봤고 다른 병원까지 합치면 37명의 피해자가 있다.
식약처는 현재 해당 용품 제조사의 공장을 오는 4월 22일까지 멈추게 한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 달 뒤 발급받은 수술 기록지는 처음 기록과 모두 세 군데서 차이가 있었다.
처음 발급받은 수술 기록지에는 진단명이 '수술 상처 감염(op wound infection)'으로 작성돼 있었는데 이후 '체액 고임(peritracheal fluid collection)'으로 달라져 있었다.
수술 기록의 작성자도 집도의에서 보조의로 변경돼 있었다.
수술 절차를 설명한 부분에 적혀 있던 'written by 000'(000은 해당 병원 다른 의사 이름)이라는 문구도 지워져 있었다. 이 부분은 이후 병원 측 관계자가 "다른 의사의 수술 기록에서 절차를 참고해 작성하다가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한 부분이다.
수술 기록지는 수정이 이뤄지며 1장짜리이던 것이 2장으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수술 기록지 어디에도 고쳐졌다는 문구는 없었고 작성 일시도 동일하게 남아있었다.
'입퇴원 요약지'에서도 변경사항이 발견됐다.
첫번째 입퇴원 요약지는 보조진단명이 '목종기(neck abscess)'로 표기돼 있었는데 나중에 '체액 고임'으로 바뀌었다.
A 씨는 "수술기록부가 변경됐는데 정작 환자가 깜깜하게 몰랐다는 건 무언가 잘못됐다는 뜻"이라면서 "우연히 두 번 발급받지 않았다면 기록 변경 사실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의료법은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 기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자격정지 1개월이나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
다만 단순히 진료기록부를 바꿨다는 사실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거짓으로 작성할 의도를 엄격하게 판단한다고 보건복지부는 설명하고 있다.
병원 측은 수정이 문제없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수술 후 13일 뒤에 수술 기록지를 수정한 것은 맞다"면서 "A 환자가 지혈제 부작용 증상을 일찍 호소한 환자여서 수술 직후에는 정확한 진단명을 확인하지 못했고 이후 대거 부작용 환자가 발생하면서 원인을 정확히 알고 진단서를 정확하게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수술 기록부 수정 사실에 대해 환자에게 통보해야 할 법적 의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수술 직후 집도한 의사가 '이물질을 제거했다'고 정확히 설명했는데 첫 수술 기록지에는 '상처감염'이나 '목종기'라고 쓴 부분이 정상적인 상황이냐"면서 "책임소재를 고려해 처음에 그렇게 썼다가 나중에 책임소재 확인 후 병원의 잘못이 없자 제대로 고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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