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제 멜로 연기를 많이 사랑해주시는 걸 알고 있어요. 저 역시 관객으로서 멜로영화를 보고 싶었어요. 한 해에 한두 편 개봉하는 상황이잖아요. 기획 단계에서 무산되는 작품도 많고요. 풋풋하고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이 흐르는 영화가 그리웠고, 배우로서도 그런 연기에 목말랐었죠."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손예진의 말이다. '멜로 퀸'이라는 별명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멜로 퀸'다웠다. 손예진은 "내게 멜로는 항상 연기하고 싶은 로망 같은 것"이라고 했다.
손예진은 14일 개봉하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멜로영화를 한 편 추가했다. '연애소설'(2002), '클래식'(2003),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등 데뷔 초기부터 멜로 연기에 독보적 입지를 굳힌 그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손예진은 이번 작품에서 유독 연기가 편했다고 말했다.
"'클래식'이나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처음부터 끝까지 카메라가 감정에 가까이 들어가면서 관객을 몰입시키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그렇지 않아요. 배우로서는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와서 어떤 표정이든 전달되기를 바라지만, 이번엔 오히려 그렇지 않아서 관객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았나 생각해요. '클래식' 때는 너무 어렵고 모르는 게 많았거든요. 이번엔 '이렇게 쉽게 찍어도 되나' 싶을 정도였어요."
영화에서 손예진이 연기한 수아는 세상을 떠나고 1년 뒤 장마와 함께 돌아온다. 기억을 잃은 수아는 남편 우진(소지섭 분)이 들려주는 옛 추억 이야기와 함께 두 번째 사랑에 빠진다. 허락된 시간은 마지막 장맛비가 그칠 때까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간의 폭이 넓고, 아들 이야기도 비중 있게 등장한다. 손예진은 "고교 시절부터 시작해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이별하는 과정이 전부 들어있다. 인생에 대한 생각들이 두루 담겨 있는 게 이전의 멜로영화들과는 달랐다"며 "오랜만에 멜로 연기를 하면서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들이 영화에 녹아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빠 연기를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돼 출연을 망설였다는 소지섭과 달리, 손예진은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클래식'과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사랑해주셨던 분들과 제 애착을 뛰어넘을 수 있는 멜로를 계속 기다려왔어요. 리메이크 작품이지만, 각색된 부분이 많고 다른 느낌의 영화가 나오겠다 싶어서 크게 고민하진 않았죠."
손예진은 "멜로에선 배우들의 합이 매우 중요하다. 상대에 따라 다른 그림이 그려질 정도"라고 했다. 소지섭이 출연하기로 했을 때 "반은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시사회 때 지섭 오빠가 너무 울어서 휴지를 건넸다. 몰입을 많이 한 것 같았다"며 "지섭 오빠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이달 말 방송을 시작하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5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다. 경찰 소속 협상가 하채윤 역을 맡아 현빈과 호흡을 맞춘 범죄 스릴러 영화 '협상'은 올해 개봉 대기 중이다.
"멜로를 다시 할 수 있게 된 것도 저에게는 의미가 커요. 감격이라고 하면 거창할지 모르겠지만요. 축복받았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인 느낌의 멜로도 여전히 하고 싶어요. 봄이 다가오니 빨리 연애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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