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석 인사처장 "미투 운동으로 한국사회 변곡점"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2006년 고위공무원단 출범 후 처음으로 여성 고위공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위드유'(With you·당신과 함께하겠다) 운동 동참을 선언했다.
인사혁신처는 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여성 고위공무원 워크숍'을 개최했다. 전체 여성 고위공무원 93명 중 61명이 참석했다.
김판석 인사처장은 "전체 여성 국가공무원 비율은 49.8%에 이르지만, 고위공무원단 중 여성 비율은 6.1%"라며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낮아지는 여성 비율에서 볼 수 있듯이 공직사회에 여전히 유리 천장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위공무원단 여성 비율을 2022년까지 확대하는 등 임용목표제를 추진하고, 정부 최초로 여성·장애인·저소득층·이공계 등을 대상으로 한 균형인사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도 발간할 것"이라며 관련 정책을 설명했다.
그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인해 한국사회가 큰 변곡점을 맞게 됐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고 인사처도 어제 인사담당관 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며 "그런 맥락에서 오늘의 이 워크숍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축사를 통해 "미투 운동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이렇게 참담했나 생각이 들었다"며 "마음이 무겁긴 하지만 미투 운동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성차별적인, 갑질의 표상을 뿌리까지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여기 계신 여성 고위공무원들은 힘든 시절을 거쳤을 것이다. 때로는 배척, 때로는 과보호를 받으면서 여기까지 왔을 텐데 후배 여성 공무원들은 남성들과 같은 조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미투 운동과 조직문화'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외국에서 들어온 미투 운동 바람은 이 땅에서 더 거세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미투 운동은 변곡점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여성 시민들의 열기가 뜨겁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 사건은 대개 강력한 정신적 무력화, 심리적 무장해제 행위가 있다"며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성추행·성희롱을 하면 그건 그냥 성폭력이다. 피해자에게 '위력을 입증해라', '동의한 게 아니냐'의 질문을 하는 것은 깊이 있는 이해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강 후 지은희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성으로서의 공직경험'에 대해, 김혜숙 유한킴벌리 상무가 '민간부문이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이유'에 대해 각각 발표했으며 이어 워크숍 참석자들이 분임토의를 이어갔다.
여성 고위공무원들은 오른쪽 팔목에 '위드유 밴드'를 착용하고, 한목소리로 '위드유'를 외치는 시간도 가졌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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