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8시간 대치 총격전…참전군인 치료 맡은 여성 3명 희생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대규모 향군 주거시설에서 무장 괴한이 인질극을 벌인 끝에 범인과 인질로 잡힌 여성 3명 등 모두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CNN과 AP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질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방탄복을 입고 소총을 든 괴한이 캘리포니아 주 나파 카운티 욘빌에 있는 향군 주거시설인 '베테랑스 홈 오브 캘리포니아'에 난입하면서 벌어졌다.
괴한은 직원 환송파티를 하려던 이 시설 메인식당 룸에 들어간 뒤 여성 3명을 인질로 붙잡고 경찰과 8시간 가까이 대치했다.
현장에서 15∼30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현지 방송은 전했다.
나파 카운티 경찰국은 괴한이 소총과 조준경을 갖고 있으며, 경찰관들을 향해 총탄을 여러 발 발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총격범의 신원을 확인한 뒤 특수기동대(SWAT) 인질 협상팀을 현장에 배치했다. 세 팀의 협상 요원들이 인질범과 협상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시설의 한 주민은 "무장 병력 10여 명이 시설 안으로 진입했다"며 현장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한 경관이 8시간 가까이 경과한 오후 6시께 인질들이 붙잡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식당 룸에 들어가 내부를 수색한 결과 인질로 보이는 여성 3명과 인질범이 모두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의 사망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망한 여성 3명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군인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치료하는 민간 프로그램 '패스웨이' 직원들로 확인됐다.
인질범이 난입한 파티장도 이 프로그램에 몸담아온 한 직원의 환송을 위한 자리였다.
이 시설에는 850∼1천 명의 군 출신 노인, 지체 장애인 등이 기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 보훈청은 이 시설이 미국 내 최대 향군 주거시설이라고 말했다.
앞서 나파 카운티 경찰국은 베테랑스 홈에 난입한 총격범이 붙잡히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주민에게 시설 인근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시설에는 2차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 이라크전 참전 군인들이 기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 주변에는 수백 명의 주민이 몰려와 시설 안에 있는 가족의 안전을 걱정했다. .
한 주민은 "2차대전에 조종사로 참전한 96세 아버지가 안에 계신다"고 말했다.
이 시설에서 연극 공연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80여 명이 시설 안에 갇혔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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