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굣길에 잡혀 싸움터로 보내져"…탄약·사상자 수색 등에 투입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3년째 내전이 이어지는 예멘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수천명이 소년병으로 강제 징집돼 위험한 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내전 현장에서 탈출한 예멘 어린이들을 예멘 마리브 지역에 있는 소년병 재활 센터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했다.
14세 소년 압둘 파테는 2년 전 하굣길에 무장 트럭을 몰고 온 전사들에게 잡혀갔다. 이들은 트럭 뒤에 이미 타고 있던 소년들의 무리에 동참하지 않으면 집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고 압둘과 친구들은 트럭에 올라타야 했다.
압둘은 그를 잡아간 전사들에게 싸우기 싫다고 말했으나 소용없었다. 반항하면 고무호스로 폭행당했고 "우리가 너를 남자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그는 공격용 소총 사용법을 훈련받은 후 후티 반군이 정부군과 맞서는 후다이다 지역으로 보내져 탄약을 찾아 운반하는 일에 투입됐다.
그러면서 옆에 있던 동료 소년병이 로켓 추진식 수류탄에 폭격을 당하는 끔찍한 장면도 목격했다. 감독관은 "아이의 시신을 묻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압둘은 그가 탄 트럭이 포격 당해 운전사가 숨졌을 때 가까스로 탈출했다.
소년병들은 전장을 샅샅이 뒤져 탄약뿐 아니라 사상자를 찾는 일도 한다.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는 고위급 병사로 보이는 사람은 전장 밖으로 옮겨진다.
탈출한 소년병들을 상담하는 교사 나빌라 알리 알 하마디는 "그들은 서로에게 폭력적이거나 악몽에 시달리며, 어떤 아이들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며 "이 아이들 만나 평가해야 할 때 면담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유엔 발표에 따르면 예멘 내전에 투입된 소년병은 최소 2천100명이다. 대부분 후티 반군 소속이지만 예멘 정부군이 동원한 소년병도 있다.
예멘에서는 지난 2015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에 우호적인 시아파 반군 후티의 확장을 막으려고 개입하면서 내전이 본격화했다. 그동안 1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2천200만 명이 긴급 구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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