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채용에 지원한 친구 아들 이름을 은행 측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원장은 2013년 아들이 하나은행 입사에 지원한 대학 동기로부터 연락을 받고 지원자 이름을 하나은행 인사담당 임원에게 전달하고, 발표 전 그의 합격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해당 지원자는 입사 전형에 최종 합격해 서울의 한 영업점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2012∼2014년 3년간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냈다. 검찰이 지난 1월 말 금감원으로부터 금융권 채용비리 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수사 중인 상황에서 금감원 수장이 채용청탁 의혹에 휘말려 파문에 예상된다.
최 원장은 "외부로부터 채용과 관련한 연락이 와서 단순히 전달했을 뿐"이라며 "나머지는 인사부서에서 알아서 하고 나는 결과만 보고받았다"고 해명했다. 최 원장은 또 "친구 아들이 최종 합격해 덕담 차원에서 발표 전에 합격 사실을 알려줬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금감원이 검찰에 넘긴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이 사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일단 금감원의 조사 대상 기간(2005∼2017년)에 들어 있지 않다. 하지만 최 원장의 해명이 사실이라 해도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금융지주 사장이 계열 은행의 인사담당 임원에게 지원자의 이름을 전달했다는 것 자체로 전형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
파문이 확산하자 금감원은, 최 원장이 하나은행에 지원자 이름을 전달한 것은 단순히 '내부 추천'이었다고 밝혔다. 점수 조작이나 기준 변경 등 구체적 불법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채용비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최 원장의 친구 아들이 채용됐던 2013년 당시 점수 조작이나 채용 기준 변경이 있었는지 확인해 줄 것을 하나은행 측에 요구했다. 하나은행은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만큼 자체 서버에 접속했을 때 증거 인멸 문제가 없는지 따져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전산 서버에 당시 채용 자료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자칫하면 수사기관이 나서 진상을 밝혀야 할지도 모르게 됐다.
금융권 일각에선 음모론도 제기된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확정 짓는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 원장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사실 하나은행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선임 과정에 대해 '셀프 연임'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런 금융당국의 시각은 하나금융의 사내·외 이사 교체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하나금융 이사회는 "하나금융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하나금융 측은 최 원장에 대한 의혹 제기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한다. 김 회장의 3연임 의결 주총을 앞두고 논란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경위야 어찌 됐든 금융감독 수장이 연루된 이번 의혹을 그냥 덮기는 어렵다. 금감원이 이미 하나은행 측에 요구한 만큼 일단 하나은행 차원에서 진상을 파악해 결과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심각한 문제가 없더라도 최 원장은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물론 최 원장의 부정한 청탁을 의심할 만한 결과가 나온다면 수사기관이 나서 엄정히 조사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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