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차기 국가평의회 의장 선출 위한 전국인민권력회의 선거 실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차기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선출될 것이 유력시되는 미겔 디아스 카넬(57) 국가평의회 수석 부의장이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디아스 카넬 부의장은 11일(현지시간) 산타 클라라에서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권력회의 선거를 한 후 국영TV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냉전 시대 수사를 재개하면서 쿠바 혁명을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혁명이 공격받아왔다"면서 "아바나와 워싱턴의 관계는 쿠바를 공격해온 미 행정부 아래 개선이 중단됐다"고 부연했다.
디아스 카넬이 직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대(對) 쿠바 사업과 여행 제한 조치를 취하고 주 쿠바 미 대사관 인력을 감축하면서 버락 오바마 전 정권 시절 조성된 양국 간 해빙 무드가 급격히 얼어붙은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디아스 카넬은 또 "조만간 우리는 제국주의자의 계획을 물리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쿠바는 미국의 경제 제재를 뚫고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실시된 전국인민권력회의 선거는 다음 달 19일 라울 카스트로(86) 국가평의회 의장의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한 핵심 절차 중 하나다. 카스트로 의장은 쿠바 남동부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투표했다.
약 800만 명의 쿠바인은 이날 시의회 등의 추천을 거쳐 사전 지명된 전국인민권력회의 예비 후보 605명을 인준한다. 예비 후보자 중 548명은 공산당원이며 나머지는 공산당 등 국가위원회가 사전에 검증을 마친 인사들이다.
15개 주의회에서 활동할 1천265명의 주 의원을 뽑는 투표도 이날 전국인민권력회의 선거와 함께 실시됐다.
전국인민권력회는 4월 19일 첫 회기에서 국가평의회 의원 31명과 국가평의회 의원 중 대통령직을 겸하는 국가평의회 의장을 각각 선출한다.
2006년 건강상 이유로 국가평의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형 피델 카스트로의 뒤를 이은 카스트로 의장의 후임자로는 디아스 카넬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디아스 카넬이 후임 의장으로 선출되면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약 60년간 이어진 카스트로 형제 통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의미한다.
개혁·개방에 긍정적이며 실용주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디아스 카넬은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태어났다. 33세 때인 1993년 공산당에 가입한 카넬은 2009년 고등교육부 장관을 역임하고 2013년 국가평의회 부의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카스트로가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산당 서기직을 2021년까지 유지할 예정이라 디아스 카넬의 정치적 영향력은 제한될 것으로 분석된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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