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진상조사로 확인…치안감 단장으로 특별수사단 꾸려 경위·내용 조사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경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2012년 정부정책에 대한 지지 댓글을 단 정황이 자체 진상조사 결과 확인됐다. 경찰은 수사단을 꾸려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다.
경찰청은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악플러' 색출 전담팀인 '블랙펜' 분석팀을 운영하면서 경찰에도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는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조사 TF(태스크포스)의 조사 결과를 확인하던 중 이런 정황을 포착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총경급 이하 관련자 32명을 상대로 한 진상조사 과정에서 2011년 본청 보안국 보안사이버수사대 직원들이 상사로부터 정부정책 지지 댓글을 달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를 일부 실행한 사실이 있었다는 한 경찰관 진술을 확보했다.
다만 이는 기록으로 남은 공식 진술이 아니며, 해당 경찰관은 이후 조사를 받으면서는 댓글 게시작업을 "공식적 업무활동"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식 수사를 통해 당시 보안국에서 어떤 현안에 대해 어떤 내용의 댓글을 달았는지, 지휘라인 내 어느 선에서부터 이 같은 지시가 하달됐는지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당시 본청 보안국이 인터넷상 정부 비판여론 대응에 보안경찰은 물론 민간 보수단체까지 대거 동원하는 계획을 수립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2011년 작성 문건에서 정부 비판여론 확산 정도에 따라 보안사이버 요원부터 경찰 보안요원 전체, 보수단체 회원까지 차례로 동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경찰이 동원하려 한 보수단체 회원은 7만7천여명에 이른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진상조사 단계에서는 당시 이런 계획을 실행하는 데 대한 내부 직원들의 우려가 커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실제 행동으로 옮겨졌는지,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등은 수사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아울러 '블랙펜'과 관련해 2010년 당시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장이던 A경정으로부터 사이버사 '블랙펜' 관련 자료가 담긴 USB를 입수했다.
A경정은 2010년 12월 경찰청 주관 워크숍에서 사이버사 직원에게 '블랙펜' 자료가 담긴 서류봉투를 전달받았고, 이후 2012년 10월까지 개인 이메일로 댓글 게시자의 아이디와 닉네임, 인터넷 주소(URL) 등 1천646개가 정리된 214개 파일을 건네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후 진행됐던 내사 1건과 통신조회 26건이 사이버사 '블랙펜' 자료와 일치한 사실을 확인했다. A경정은 2015년에도 보안사이버수사대장을 맡으면서 40여명의 댓글 자료를 직원들에게 제공해 내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내사 1건과 통신조회 26건이 블랙펜 자료를 토대로 진행됐는지, 경찰이 자체 모니터링을 거쳐 진행한 것이 우연히 그 자료와 일치했는지 등은 수사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임호선 본청 기획조정관(치안감)을 단장으로 한 32명 규모 특별수사단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단장 휘하에는 부단장(경무관) 1명과 팀장(총경급) 3명이 배치돼 수사 지휘와 실무를 맡는다.
특별수사단은 2011∼2012년 경찰청 차원에서 정부 정책 등을 옹호하는 댓글 공작이 있었는지, '블랙펜' 관련 사이버사 자료를 넘겨받아 내사와 수사 등에 위법하게 활용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 두 갈래로 수사할 계획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관여한 사람은 누구라도 조사해야 한다"며 "추후 이런 의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불가역적 제도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