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대규모 비자금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말레이시아 총리가 차기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규제 강화에 열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자신이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조 원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해석된 탓이다.
12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올해 상반기 내에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는 차기 총선 이전에 이른바 '가짜뉴스법'을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다.
법안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상당히 강력한 규제를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흐만 달란 말레이시아 총리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실증적이지 않고, 국가 경제와 안보에 위해를 끼친다면 무엇이든 (가짜뉴스가) 될 수 있다"면서 "경제가 나쁘다는 뉴스조차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법을 주도한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영국과 프랑스 등 여타 국가들도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지에선 가짜뉴스법이 정부·여당에 의해 정치적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이른바 '1MDB 스캔들'과 관련한 논의가 원천봉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BN의 핵심정당인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를 이끄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2015년 1MDB에서 빼돌린 공적자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이후 자금세탁처로 이용된 미국과 스위스, 싱가포르 등은 1MDB 횡령 자금으로 조성된 자국내 자산을 압류하고 이 사건에 대한 공조수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나집 총리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말레이시아 검찰은 나집 총리의 계좌에서 발견된 수천억원대의 뭉칫돈이 사우디 왕가의 기부금이라며 수사를 종결했다.
말레이시아에선 1MDB 스캔들과 관련해 나집 총리를 비난한 현지 활동가와 야권 성향 언론 매체들이 오히려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돼 처벌 받기도 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대학의 제임스 친 아시아 연구소장은 말레이시아의 가짜뉴스법이 "부정적 보도를 망설이도록 (언론을) 위협할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가짜뉴스가 정적(政敵)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현지 정치권의 고질적 문제로 꼽혔고, 소셜네트워크가 활성화하면서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갈수록 커져왔다는 점을 들어 가짜뉴스법이 장기적으로는 말레이시아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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