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수마트라 호랑이의 공격을 받아 30대 건설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2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리아우 주 인드라기리 힐리르 리젠시(郡·군)에서 유스리 으펜디(34)가 호랑이에 물려 사망했다.
그는 다른 동료 3명과 함께 제비의 둥지로 사용될 구조물을 세우는 작업을 하다 호랑이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구조물 위에서 2시간여 버티다 호랑이가 사라진 뒤에야 아래로 내려왔지만, 공격을 피하지는 못했다.
경찰 당국자는 "피해자들은 건축 현장에서 약 250m 떨어진 장소에서 호랑이와 다시 맞닥뜨렸다. 다른 동료들은 달아날 수 있었지만 으펜디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고 말했다.
으펜디는 공격을 받은 지점에서 멀지 않은 강가 관목 숲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으나 목 뒤에 입은 상처 때문에 곧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1월에도 팜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 주미아티(30)가 호랑이의 공격을 받아 숨지는 일이 있었다.
당국은 으펜디와 주미아티를 공격한 호랑이가 동일 개체일 것으로 보고 포획 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마트라 호랑이는 현존하는 호랑이 중 가장 덩치가 작은 호랑이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심각한 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이다.
심각한 위기종은 '야생 상태 절멸'(Extinct in the Wild)의 바로 앞 단계다. 수마트라 호랑이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만 400여 마리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에선 과거 사람이 살지 않던 오지까지 인간의 활동 범위가 급격히 확장되면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과 주민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60년 8천800만 명 내외였던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50여 년이 지난 현재 2억6천만 명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인도네시아에선 1990년대 이후에만 한국 면적의 세 배가 넘는 31만㎢의 열대우림이 벌목돼 사라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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