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위성사진과 전문가 인터뷰 통해 분석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집단학살과 방화, 성폭행 등을 일삼으며 로힝야족 70만 명을 국경 밖으로 몰아냈다는 비판을 받는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이 거주하던 마을을 빼앗아 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앰네스티(AI)는 12일 위성사진과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토대로 로힝야족 '인종청소' 현장인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의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올 초부터 라카인주 마웅토의 인근 마을에 군사 시설을 비롯한 각종 건물 신축이 급증했다"며 "로힝야족 난민이 돌아가는 데 필요한 장소에 미얀마 당국이 이런 시설을 짓고 있다. 토지수탈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어 "이 지역에서는 한때 남아있는 건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진행된 바 있다"며 "일부 지역의 사진이긴 하지만 헬기 착륙장과 도로 등 군 관련 시설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웅토 외곽의 칸 치아 마을을 담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 불에 타 처참한 모습이었던 마을에 이달 초에는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섰다. 국제앰네스티는 이 건물을 군기지로 추정했다.
집단학살과 암매장이 벌어졌던 곳으로 확인된 인딘 마을에도 비슷한 형태의 건물들이 건설되고 있다.
티라나 하싼 국제앰네스티 위기 대응 국장은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상대로 반인권 범죄를 저지른 현장에서 엄청난 토지수탈을 하고 있다"며 "과거 훼손되지 않았던 최소 4개의 무슬림 사원 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얀마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미얀마 정부는 그동안 로힝야족 송환에 대비해 불에 타 망가진 마을을 정비한다고 주장해왔다.
인구의 다수가 불교도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도인 로힝야족은 오랜 핍박과 차별을 받아왔다.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對)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지난 2016년 10월과 지난해 8월 2차례에 걸쳐 경찰초소 등을 급습했다.
미얀마 정부와 군은 지난해 8월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소탕작전에 나섰다. 유혈충돌을 피해 70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미얀마군은 이후 충돌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지만, 민간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사건 초기 한 달 만에 6천700명이 학살됐다고 추정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군의 행위를 전형적인 '인종청소' 행위로 규정해 제재 등을 가했지만, 미얀마는 이런 주장이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의 조사요구도 거부했다.
특히 미얀마군은 자체 조사를 통해 국제사회가 주장한 잔혹 행위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미얀마 당국은 로힝야족 집단학살 및 암매장 현장인 로힝야족 마을 대부분을 중장비로 밀어버려 증거를 숨기려 한다는 의혹을 샀다.
한편,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로힝야족 집단학살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라고 촉구한 바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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