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진술·물증 충분히 확보" vs "말밖에 없어…대응할 만해"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조사 과정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110억원대에 달하는 불법 자금 수수 사실을 알았는지,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삼성을 비롯한 기업 등에서 1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1억원 이상 뇌물을 수수한 사람을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뇌물수수는 이 전 대통령이 받는 여러 혐의 가운데 법정형이 가장 무겁다.
따라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물론 기소 이후 양형에까지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뇌물수수 인정 여부를 놓고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은 한 치의 물러섬 없는 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검찰은 17억5천만원에 달하는 국가정보원의 청와대 상납금 대부분을 이 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뇌물로 본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특활비를 받은 쪽과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자금을 건넨 쪽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거나 최소한 사후 보고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만큼 이 전 대통령이 궁극적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견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특활비를 받아 쓰라고 지시했거나 사후에라도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면서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60억원(500만 달러)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 대납액에 관한 양측의 입장도 크게 엇갈린다.
검찰은 자금을 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뇌물공여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는 자수서를 제출한 만큼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반면 이 전 대통령 측은 삼성의 소송비 대납 사실을 이번 검찰의 수사로 뒤늦게 알게 됐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17대 대통령 당선 직전부터 재임 기간에 이르기까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천만원), 대보그룹(5억원), ABC상사(2억원), 김소남 전 의원(4억원) 등으로부터 각각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있지만 옛 참모들의 '일탈'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부품사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문제도 이 전 대통령 조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가 미국에서 BBK투자자문에 떼인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는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 청와대 등 국가기관을 개입시킨 혐의(직권남용), 삼성전자에서 다스 소송비 60억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다스 경영 비리(횡령 등) 혐의를 받는다.
이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다스는 MB 것'이라는 구도만 무너뜨리면 주요 범죄 혐의를 벗을 수 있어 다스와 본인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은 주변에 '다스는 (친형인) 이상은 회장 것'이라는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들에게는 "무슨 차명지분 계약서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참모는 "검찰이 혐의는 벌려 놓았지만 사실 말밖에 없다"며 "대응할 만한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 사건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과, 다스 '비밀창고'에서 입수한 방대한 분량의 이 전 대통령 차명 의심 재산 자료 등 결정적 물증을 통해 다스의 실제 주인이 이 전 대통령이라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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